상주시 은척면 장안리 일대 수천여평의 과수원 바닥이 떨어진 사과로 뒤덮혀 한 해 농사가 쑥대밭이 돼 버렸다. 다음달 추석을 맞아 본격 출하돼야 할 홍로.홍월 등 여름 사과들이 90%이상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6일 몇몇 농민들이 나서 하나라도 더 건져보려 주워 상자에 담아보지만 이미 상품 가치를 잃어버린 낙과를 바라보는 농심은 마냥 무너져 내린다. 지난해까지 사용해 오던 낙과방지용 농약 대신 새로운 농약을 살포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마을 과수전업농 김경범(62)씨는 지난 3일 함창읍내 모 농약판매상으로부터 ㅇ모업체의 농약이 기존에 사용해 오던 것에 비해 낙과방지와 저장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권유를 받고 170여만원 어치를 구입, 2천여평의 여름사과에 살포했다.
하지만 살포 후 5일여가 지나자 사과 낙과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일주일만에 전체의 90%이상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김씨는 부랴부랴 농약판매상을 찾아 이유를 따져 물었으나 "그 약을 살포하고 3일 후에 기존에 사용하던 낙과방지용 농약을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는 것.
김경범씨는 "지난해까지 사용한 ㅂ사의 농약은 한 차례만 사용해도 낙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판매과정에서 ㅇ사 농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추가 살포 얘기를 했다면 이같은 피해는 없었을 것 아니냐"고 했다.
떨어진 사과를 주워 공판장에 내다 팔았으나 20kg 한상자당 5천원에 불과해 인건비와 운반비 등을 따지면 단 한푼도 안남아 고스란히 과수원 바닥에서 썩힐 수 밖에 없어 3천여만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사용한 낙과방지용 농약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고 ㅇ사 제품만을 사용해 낙과를 막지 못했다면 결국 ㅇ사 제품은 낙과방지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같은 마을 과수농 유정모(48)씨도 김씨와 똑같은 낙과피해로 인해 전체 3천여평의 과수원 바닥이 떨어진 사과로 가득했다. 유씨도 같은 제품의 농약을 살포하고 추가로 기존에 사용해오던 낙과방지용 농약을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약 3천5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유씨의 노모 이정임(72) 할머니는 "농약회사가 제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며 "다른 농사없이 과수농사로 전가족이 1년을 살아야하는데 한 해 농사를 망쳤으니 내년에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이에대해 이 농약을 생산한 ㅇ사 안동지점 도낙천(36) 대리는 "여름사과는 성숙이 되면 낙과현상이 나타난다"며 "올해 경우 개화기가 예년에 비해 빨랐고 고온현상 등으로 사과 성숙이 앞당겨진 상태에서 사과성숙 지연을 통해 낙과를 방지하는 이 농약을 살포해 시기를 놓친 것"이라 했다.
문제가 된 이 농약은 사과가 성숙기에 늦게 접어들도록 조절해주고 색깔이나 과질형성 등 기존제품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낙과를 일시적으로 방지해주지만 완벽한 낙과방지를 위해서는 또 다른 낙과방지용 약을 살포해야 한다는 것.
결국 농약 판매와 사용에 관해 제대로 알리지않은 생산업체의 책임이냐, 아니면 고온현상 등으로 지난해보다 성숙이 빨리됐으나 예년보다 늦은 추석에 수확시기를 맞추다보니 낙과방지용 농약살포 시기를 놓친 것이냐를 두고 한동안 논란이 예상된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사진설명:상주시 은척면 장안리 과수농 김경범씨가 과수원 바닥을 뒤덮은 낙과를 주워담고 있지만 한푼도 건질 수 없어 바닥에 그대로 방치, 썩힐 수 밖에 없다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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