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길의 베트남 여행기-(2)삶의 터전 '황톳빛 메콩강'

입력 2004-08-25 08:50:59

무언가 불안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메콩삼각주라는 인상이 보통 느낌은 아니었다.

밀림지대이고 강물로 인하여 형성된 거대한 삼각주라는 혼자만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숙소 앞 간이 식당에서 손짓 발짓으로 아침밥을 주문했다.

접시에 밥과 나물 두서너 가지가 얹혀 나왔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말도 안 통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가지 조미료는 눈에 띄는데 뭔지 알지 못하고 그냥 먹으려니 맹탕이라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싱겁게 먹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 미니버스에 오르니 낯선 인종들만 눈에 띄고 한국인은 오직 나뿐이었다.

짧은 영어 한마디로 인사를 나누고 옆자리에 끼여 앉았다.

얼마 지나서 나무로 만든 조그마한 배에 옮겨진 일행은 출렁이는 거대한 메콩강을 따라 흘러갔다.

메콩강을 보는 순간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변에 다다르니 이름모를 과일을 바구니에 수북이 담은 아낙들이 수없이 강변길을 메우고 있었다.

수백 가지의 과일이라 어느 것이 먹음직 한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보다 못했든지 인심좋게 보이는 아낙이 과일 하나를 먹어 보란다.

맛이 괜찮아 얼마냐고 물으니 알아듣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계산해도 의사소통이 안돼 주머니에서 돈 한 닢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값이란다.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이것저것 과일 맛을 보고 나니 떠날 때가 되었다.

다시 배에 올라 넓디넓은 강 저편 밀림 속으로 옮겨갔다.

강인지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어려웠지만 이 황토 물빛을 보며 메콩강임을 짐작했다.

메콩 삼각주는 이 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쌀 주산지로 우거진 녹음이 펼쳐진 아름다운 땅이었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4천500km 여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든다.

중국을 거쳐 미얀마, 라오스 국경을 지나 다시 라오스와 타이 국경을 따라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유유히 흐른다.

이 강을 베트남에서는 '구룡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 줄기가 여러 갈래로 흐르는 데서 유래했단다.

메콩 삼각주에서 본 메콩강은 바로 용틀임이었다.

화물선과 어선, 운반선, 경비정들이 수없이 넘나들고 크고 작은 수많은 운하가 장관을 이뤘다.

많은 배들이 운집한 수상시장(껀터)은 아침부터 활기에 차 있었다.

배들의 움직임이 꼭 손수레가 움직이듯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뭍의 시장을 방불케 했다.

원뿔 모자를 쓴 아낙들이 허리를 굽혀 논물을 대거나 모를 심는 한편에는 물소가 쟁기를 끄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운하의 미로를 따라 보트 여행은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평화로운 농가의 풍경과 유유자적한 주민들의 표정은 삶의 의미를 한층 더해주는 것 같았다.

메콩강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대부분 농경지나 열대 과일밭이었다.

전 계명대교수·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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