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의료 봉사 '비지땀'

입력 2004-08-23 15:34:25

대구 달서시민모임.의사회.진석재단

"의사선생님, 내년에도 또 오세요!"

대구하계U대회 1주년을 기념해 사회복지법인 전석 복지재단, 대구 달서구의사회, 달서사랑시민모임이 공동으로 지난 16일부터 나흘 동안 동티모르에서 무료진료 활동을 펼쳐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번 진료활동은 달서사랑시민모임 회원들이 U대회 참가로 인연을 맺은 동티모르를 지난해 10월 방문한 후 그곳의 열악한 의료사정을 보고, 민간차원에서 돕기로 해 이루어진 것.

의료봉사단은 여운재 전석복지재단 이사장과 직원, 배덕수 달서구의사회 회장 가족, 박세영 원장 가족, 매일신문사 의료담당객원기자인 임재양 원장 가족, 달서사랑시민모임 권형우 대표와 회원 등 17명. 이들은 여름휴가 대신에 가족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출발 전에 환자접수, 신체검사, 소변검사, 진료, 약품 조제 지원 등으로 업무를 분담하는 등 철저하게 사전준비를 했다.

동티모르에 도착한 첫날인 16일 의료봉사단은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헤라지역에 도착했다.

사전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마을 앞 진료소는 소문을 듣고 온 환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진료는 야전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숨가쁘게 이뤄졌다.

4명의 의료진은 동티모르에 파견됐던 상록수부대 군인들로부터 한글을 배워 한국이름을 쓰는 김성호(20)의 어설픈 통역 지원을 받았지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환자상담과 치료에 애를 먹었다.

어린이와 노인들은 오랜 전쟁과 가난으로 신체는 왜소하다 못해 앙상한 모습이었다.

많은 노인들은 약한 마약 성분이 있는 '마마'라는 풀뿌리를 껌처럼 씹어 이가 붉은 색을 띠고 있었으며 오한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씹으면 오랫동안 정신이 몽롱해져 동티모르 정부는 채취를 금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예전처럼 이 풀의 환각성분을 즐긴다고 했다.

진료 둘째날 딜리지역에서 있은 의료봉사에서는 생후 6일된 언청이 애기를 안고 온 마누엘라 필로메나 드 아라우소(30)는 진료 팀에 아이를 치료해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진료팀은 아이가 너무 어리고 수술장비가 없어 귀국한 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키로 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의료 봉사단을 대통령관저로 초청, 고마움을 표시 한 뒤 조해녕 대구시장과 대구시민들의 관심에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청바지차림으로 의료봉사활동 현장을 찾은 루벤 딜리시장은 "동티모르에는 전체 의사 수가 30명에 불과하고 유아사망률이 5%를 넘는 등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며 "한국인들이 오지를 찾아 진료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진료 사흘째에 의료봉사팀이 딜리에서 3시간 거리의 바우카우지역에 도착하니 200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열렬히 박수를 치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봉사단은 가져간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하루 8, 9시간 동안 진료하는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4일간 진료소를 찾은 환자는 모두 500여명에 이르렀다.

봉사단 단장인 여운재 이사장은 "환자가 너무 많아 힘들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동티모르 국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U대회에서 동티모르 서포터스를 맡았던 인연으로 두 번째로 동티모르를 찾은 권형우 대표는 "해방 직후 우리나라가 외국의 많은 원조로 어려움을 극복했듯, 많은 대구시민들이 동티모르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딜리에서 이채근기자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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