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쑥쑥-대륙법과 영미법

입력 2004-08-23 09:24:12

◇대륙법과 영미법

법체계로 봐서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 국가들의 계열이다.

흔히 대륙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해방 후 마련된 법체계가 일본의 그것을 본땄고, 일본은 이들 유럽 국가들로부터 체계를 배워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체계화한 것을 영미법이라고 한다.

▲양자의 차이=대륙법은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연역적 방법이 적용된다.

즉 이미 제정돼 있는 성문법을 중심으로 구체적 사건마다 법을 해석, 적용한다.

법전의 법규 내에서만 판결을 하며, 전체적인 법적 안정성이 중시된다.

이에 비해 영미법은 경험주의 철학, 귀납적 방법을 근간으로 한다.

구체적인 사건 사례(판례)를 통해 일반적인 법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다.

즉 개개의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과 정의가 강조되며, 별도의 법규를 성문화하지 않은 불문법 체계이다.

▲양자의 혼용=우리 법체계가 대륙법 계열이라고 하지만 영미법계의 제도가 지속적으로 도입돼 왔다.

구속적부심사제도, 당사자주의, 신탁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판례를 보더라도 법규 내에서만 판결을 하기보다는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추구하면서 개인의 권리 구제에 초점을 맞추는 영미법적 경향이 강하다.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판결에서 나온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범죄 증명이 없다'는 법리 역시 미국 판례에서 확립된 것이다.

▲사법개혁의 방향=현재 진행되는 사법개혁 논의는 미국 법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로스쿨은 물론 사법개혁위원회가 국민의 사법참여 방안으로 추진하는 배심제 도입이나 일정 기간 변호사나 검사로 활동한 사람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 등의 뿌리는 미국에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 각각에 장·단점이 있듯 미국 중심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법적 안정성,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 등 그동안 우리 사법 시스템이 추구해온 것들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법과대학원

일본의 법과대학원은 기존 사법시험 제도와 미국식 로스쿨을 절충한 형태로 이야기된다.

일본은 1999년 사법제도개혁심의회를 설치해 2년의 논의를 거쳐 법과대학원 도입을 확정했다.

법조인 숫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갑작스런 증가로 인한 질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반대 논리를 절충시켰다.

사법연수원이 감당해야 법조인 양성 기능을 대학에 위탁한다는 발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우리의 로스쿨과는 차이가 있다.

법과대학원은 지난 4월 68개 대학에서 문을 열었다.

법과대학원을 설치하지 못하면 2류대로 전락할 것을 걱정한 대학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10대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입학한 신입생은 5천767명. 추가 신청 대학이 있어 전체 정원은 7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법과대학원은 수료자 대다수를 사법시험에 합격시키기 어려운 형태로 출발했기 때문에 법과대학원을 나오지 않아도 법조인이 되는 길은 열려 있다.

2010년까지는 현행 사법시험을 칠 수 있고, 그 뒤에는 예비시험을 거치면 법과대학원 출신자와 최종 경쟁을 통해 법조계로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법과대학원은 출발과 함께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수료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간 전문교육을 받은 법조 실업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김재경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