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돈기자의 영양고추 수확 체험

입력 2004-08-21 09:15:33

고추따기 매운맛...웰빙고추 단맛

"태풍이 와도,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영양고추는 딸 수 있습니다.

"

태풍 '메기'가 북상하면서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19일. 전국이 태풍의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텔레비전에서도 시시각각 집중호우의 우려를 전하던 그 시각, 홍고추 수확을 위한 농촌체험을 위해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신영각(57)씨를 찾았다.

요즘 1천500여평의 비가림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고추수확이 한창이다.

이 비닐하우스 속의 고추는 2모작이다.

지난 5월 중순쯤 수박을 출하하고 난 뒤 다시 고추를 심어 오는 10월까지 계속 수확할 예정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훅하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찜질방이 따로 없다.

30℃가 넘는 하우스안에서는 품앗이를 나온 이웃집 아낙네들이 고추따기에 열중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고추수확은 처음. 다른 사람들은 벌써 앞서나가고 뒤처진 상태에서는 빗물처럼 흘려내리는 땀방울과 아픈 허리를 연신 손으로 두드리면서도 부지런히 고추를 딸 수밖에 없다.

서둘다가 줄기째 꺾여져나와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래도 수확하는 일꾼들의 표정은 밝다.

함께 고추따기 체험에 나선 영양군청 총무과 임정평 공보담당은 "영양지역은 2년 연속 태풍피해를 입어 지난해의 경우 수확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햇고추 600g 상품 한근에 5천500원선에 거래됐었다"며 "올해는 다행히 태풍의 피해가 없어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배 이상 늘어나 5천원선에 거래되어도 농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고 했다.

품앗이 나온 이웃집 사람들은 점심으로 나온 산채 비빔밥을 먹으면서 고추자랑(?)에 열을 올리는 틈틈이 은근히 영양고추의 우수성도 곁들인다.

김길수(58.영양 입암면)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고추농사를 지으며 파종에서 수확기까지 농약을 10여차례 살포하고 있으나 영양에서는 연간 5차례 정도만 농약을 살포한다"며 "영양고추는 웰빙고추"라고 자랑이다.

이렇게 김씨가 생산한 고추는 매년 서울지역 모 종교단체에서 600g 상품 한 근당 6천원선에 매입해 가고 있다.

이 마을 우정석(58) 이장도 한마디 거든다.

"영양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Capsaicin)'이란 성분 때문"이라며 "고추가 비만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캡사이신이 체지방을 줄이기 때문"이란다.

캡사이신 성분은 일반적으로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의 효과를 억제해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우스 주인인 신영각씨도 "영양은 경북 동북부 내륙산간지역에 위치한 산좋고 물맑은 청정지역으로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과 강수량도 적당해 고추재배에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토양성분도 식양토(질찰흙)가 대부분이어서 최고 품질의 고추생산에 적격"이라며 영양고추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신씨는 또 "영양고추는 과피가 두꺼워 오래 보관해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며, 같은 양을 가공하더라도 고춧가루가 많이 나와 경제적"이라고 소개해준다.

영양군 농업기술센터 임숙자 지도기획담당은 전문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영양고추에 포함된 비타민 C는 사과의 20배, 귤의 2, 3배나 많아 '비타민 C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여름 더위에 지칠 때 먹는 풋고추 한두 개가 피로를 덜고 활력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영양고추는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거래로 판매에 새로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 여성단체와 영양지역 고추작목반과의 자매결연 같은 행사가 계속돼야하는 이유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사진: 비닐하우스에서 고추수확 체험을 하고 있는 김경돈 기자.(왼쪽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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