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지만 버티기 "나서봐야 손님없고 연료비만 더들어"

입력 2004-08-20 14:48:49

"불법 정차인줄 알지만 손님을 잡으려면…."

불황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택시들이 버스정류장과 횡단 보도 앞 등을 장기간 점거(?)하면서 사고위험은 물론 도심 교통체증의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3시 동대구역 맞은편 버스승강장에는 수십대의 택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가 맨 바깥 차로가 아닌 2차로에 멈춰 서야 했고, 버스 승객들은 정차한 택시 사이로 위험스럽게 오갔다.

또 버스를 뒤따라오던 2차로의 차량들은 급히 방향지시등을 켜고 1차로로 진로를 바꾸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김효진(24'여'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가끔 갑작스럽게 택시들이 움직이면 아찔할 때가 많다"며 "특히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보는 사람마저 안절부절 못할 정도로 위험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대구역 앞이나 대구 도심 한복판의 국채보상로, 파티마병원 앞, 이마트 칠성점 맞은편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면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갈 곳 없는 택시 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택시 손님이 줄어든 데다 택시 연료비마저 크게 올라 승객을 찾는다며 빈 택시로 시내를 마냥 돌아다 닐수만은 없기 때문.

17년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한모(59.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동대구역 광장이나 공항 등 택시 승강장이 설치된 곳에서 대기하면 좋겠지만 이미 빈 택시들로 항상 가득차 있다"며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을 알지만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단속을 맡고 있는 대구시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각 구'군의 불법 주'정차 단속 인력을 동원, 계도에 나서봤지만 단속요원이 있을 때는 택시들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떠났다가 단속요원이 사라지기 무섭게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이는 대구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데다 교통여건에 비춰 너무 많은 택시가 운행하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택시 승강장을 추가 설치하고 운행대수를 조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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