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사법개혁 공감과 반감

입력 2004-08-19 13:51:17

"바뀌는데는 공감하지만…"

법조계에 메가톤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 태풍은 기존의 관행이나 가치관을 완전히 날려보낼 만큼 강력하다.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법조인들은 나날이 달라지는 환경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법조계 전체가 '혼란상태'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고, 보수성으로 이름난 대구 법조계에도 그 기운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한 중견 법조인은 "사법개혁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향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중인 사법개혁안은 법조계 시스템을 완전히 해체할 기세다.

법조일원화(一元化), 로스쿨 도입, 배심제 도입, 국선변호사제 확대 등등...

또 '법조삼륜(法曹三輪)'이라 불리는 판.검사와 변호사들도 저마다 지금까지 누려온 우월적 지위를 포기해야 할 상황과 맞닥뜨려 있다.

법원은 이영란 대법관 지명과 함께 불거진 서열파괴, 보혁 판결 논쟁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아 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강행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놔두자니 검찰 위상이 현저히 위축될 것이 분명하고, 반대하자니 기득권 수호로 비쳐질 것 같고... 변호사업계는 오랜 불황에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사실 이는 법조계에서 자초한 경향이 짙다.

외부에서 발원돼 추동하는 개혁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주도하지만, 실제로는 노 대통령과 정치권, 시민단체가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한 형국이다.

한 변호사는 "법조계가 일찌감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갔어야 하는데, 외부에서부터 떠밀려가는 듯한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제어하고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법조계가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국민을 내려다보는 분위기를 보여왔던 점도 있었다.

법률가 특유의 특권의식과 폐쇄성으로 인해 개혁 기피세력으로 비쳐져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좋든 싫든, 시대 흐름에 비춰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수많은 개혁을 시도했다 결국 자신들의 이권강화로 귀결되는 사례를 적지않게 봐왔다.

이번 만큼은 법조계가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으련만….

박병선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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