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에 민족혼을..." 안동 하회마을 장승장이 김종흥씨

입력 2004-08-19 11:38:24

"경향 각처와 외국에 깎아 세운 장승이 5천여개에 이르지만 그 하나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묘한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장승깎기는 일제에 의해 말살된 우리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것이자 가장 한국적인 풍속을 대물림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안동 하회마을 장승장이 김종흥(50)씨의 장승제작에 물이 올랐다.

국내는 물론 최근 2년 사이 캐나다 등 해외 6개국에 잇따라 장승공원을 조성하면서 민간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김씨는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시 교민회의 한국공원 개장 때 초청돼 공원내에 장승 40개로 소공원을 세웠다.

16일간의 강행군 끝에 각양각색의 장승모습을 펼쳐 보인 것이다.

지난해 현지 교민이 하회마을에 관광왔다 동구에 있는 김씨의 장승공원에 매료돼 제작을 의뢰했던 것. 이국땅의 교포들이 향수를 달래기에 가장 적합한 상징물이라고 여겼던 것이었다.

그 교민의 생각은 적중했다.

장승공원이 세워진 날 행사에 참가한 1천여명의 교민들은 목말라 했던 우리것에 대한 갈증을 후련히 풀었고 현지 언론들도 이런 광경을 대서특필했다.

2년전 김씨는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이스라엘 홀론시에도 장승공원을 만들었다.

하회마을을 방문했던 홀론 시장이 안동과의 결연을 축하하고 상징하는 데는 장승이 제격이라는 뜻을 전해와 이뤄진 것이다.

비슷비슷한 사연으로 이렇게 외국에 장승공원을 만든 곳이 6개, 이밖에 프랑스 아비뇽축제,스코틀랜드 에딘버러축제 등 해외 10여개국의 각종 문화축제 등에 초청돼 30여 차례 즉석 장승제작 시연을 펼쳐보였다.

이사이 국내 곳곳에도 김씨의 장승이 섰다.

대전 국립묘지, 서울 상암동월드컵주경기장, 정동진 조각공원, 지리산 중산리 조각공원과 각 시.군의 문화공원 등 부지기수.

전통 장승제작기법에 화회탈모형을 접목, 한층 이색적인데다 김씨가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라는 점, 우리전통문화 복원에 대한 공감대 등이 김종흥의 장승 신드롬을 만든 것이다.

부스스한 상투머리에 한복차림으로 외모까지 장승을 닮아가는 김씨. "전통문화를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장승을 깎는다" 며 "아들(주호.27)에게도 기술을 전수해 대를 이어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