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여름 끝 마당에서

입력 2004-08-19 10:31:09

우리집엔 '별'이란 풍산개가 있다.

3년전 성당 어른이 진돗개라고 하시며 선물을 주셨다.

지금은 의젓하고 영리해서 풍산개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처음엔 얼굴도 이상하게 크고 귀도 처져서 똥개를 데리고 왔다고 식구들의 핀찬을 받아야만 했다.

더군다나 8개월 동안 한번도 짖지 않아서 정말 어쩌지 못하던 애물단지였다.

그러던 어느날 컹컹 짖어대는 '별'의 굵은 소리에 식구 모두 기뻐하며 웃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내게 독일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나라이다.

유대인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독일은 환경과 생명에 대한 많은 관심과 배려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돼지를 도살하기 전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최대한 줄여주기위해 음악이나 여러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또한 환경학자들과 도시 개발자들이 5년 동안이나 언쟁을 벌였는데도 결론을 맺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이유는 도로를 내고 싶어도 겨울잠을 끝낸 개구리들이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서 환경학자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싶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독일의 자연 경관을 보고 있자면 이러한 노력이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 사회를 보면 생명 불감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버려지는 유기견들을 봐도 그렇고, 단속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밀렵꾼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정신병적인 살인,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마구 난도질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오늘 아침 서늘하게 나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무척이나 상쾌하게 느껴졌다.

지독한 폭염이 지나갔기에 더 많이 감동했는지도 모르겠다.

별을 별똥이라며 놀리고 하던 어머니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별에게 "이쁜 우리 벼리"하며 토닥이신다.

애정을 가지고 보면 모든것이 다 이쁘고 사랑스러운가보다.

나도 모르게 미소로 마음을 전해 본다.

이정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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