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높이면서 간결 인기비결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는 거의 사라진 '―소/오' '―구려/구료' '―슈'와 같은 하오체가 인터넷 통신 언어에서는 새롭게 부활, 그 쓰임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복 대구대 교수는 21일 대구가톨릭대 외국어교육관에서 열리는 언어과학회(회장 김기찬 경북대 교수) 주최의 하계 전국학술 발표대회에서 '인터넷 통신 언어 경어법의 특성'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 게시판 8곳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언어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쓰인 문장 형식은 하오체가 35.6%로 1위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하오체로는 '―보았소' '말안듣게 생겼구려' '―아니오' 등 이었다.
이어 청자(聽者) 경어법의 말 단계 면에서 해체 정도에 해당하는 비완결형(20.1%)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여기에는 주어만 있고 서술어가 없이 문장이 끝나 청자 경어법의 말 단계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궁금' '죄송' '부럽'과 같은 단어로 문장을 종결하는 경우 등이 해당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문장이 완전하게 종결되지 않고 끝나는 '비완결성'은 통신 화자들이 쳐 넣어야 할 글자 수를 줄여서 편하게 글을 쓰려는 경제적 동기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좋으세요' '가능하세요'와 같은 해요체(18.4%), '했습니다' '뭡니까'와 같은 하십시오체(10.5%)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교수는 "통신 언어에서 하오체가 번성하고 있는 것은 하오체가 지닌 독특한 어감과 기능적 특성, 그리고 화자들의 경어법 사용 전략 때문"이라며 "이 형식은 상대방을 높이면서 길이가 짧아 사용이 편리하며, 화자 자신이 특정 지식이나 정보 면에서 최고라는 권위 의식을 표현하기에 알맞다"고 분석했다.
통신 언어에서 하오체가 잘 쓰이는 조건으로 이 교수는 화자의 성별은 남성, 화자의 세대는 20, 30대의 젊은 세대, 게시판의 성격은 뜨겁고 들뜬, 이용자가 많은 게시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오체, 해요체, 하십시오체를 모두 합치면 약 65%로서 통신 게시글의 청자 경어법이 상대방을 높이 대우하는 형식 중심으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하시게나'와 같은 하게체 형식은 전혀 쓰이지 않았으며, 이로써 통신 언어에서 하게체는 생명력이 없는 말 단계로 판단된 셈"이라고 밝혔다.
'언어, 그 활용과 응용'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전국의 언어학자 26명이 논문을 발표하며 분과별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박선옥 진주국제대 교수는 '입사지원서에서의 체면관리와 공손전략'이란 논문을 통해 "예측과는 달리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며,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친밀하고 더 공손한 호칭을 사용했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소극적 공손전략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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