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 '유신' 대국민 사과도 할까

입력 2004-08-13 11:23:16

'유신 책임론'해법 관심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2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유신피해에 대해 사과한 것을 계기로 박 대표가 '유신책임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에 여러 피해를 본 것을 딸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유신시대에 대한 박대표의 사과가 대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던 것과는 달리 자발적 사과라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우선 그동안 유신 사과 문제에 대해 미온적 자세를 취해온 데 따른 여론의 부정적 시각을 털어내자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유신시대에 대한 여당의 사과 주장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해왔다"며 여당의 요구를 일축해왔다.

여당의 요구는 박 대표 흠집내기를 위한 과거사 들추기라는 점에서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박 대표의 이같은 대응방식 또한 여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로 유신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인 김 전 대통령을 통해 유신시대에 대한 포괄적 사과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신시대가 많은 사건으로 점철된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사과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박 대표의 이날 사과는 유신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으면서도 유신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여주기'만으로 박 대표가 유신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당장 열린우리당에서는 "김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사과일 뿐이며 전직 대통령을 연이어 만나는 과정에서 끼워 맞추기식으로 나온 것으로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장영달 의원), "퍼스트레이디로서 유신의 한복판에 있었던 과오부터 사죄해야 한다"(문학진 의원)는 혹평을 쏟아냈다.

따라서 관심은 박 대표의 사과가 여기서 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주변에서는 "박 대표로서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한 만큼 앞으로 유신시대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신에 대한 사과는 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것이 타당하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그간에도 사과를 해왔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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