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곳-안동 북후 홍고추 수매장

입력 2004-08-12 08:45:33

"때깔 좋은 고추는 다 모입니다"

"고추 18상자(25kg 기준)를 따왔는데 올해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 아예 벌크기에서 건조하기를 포기하고 홍고추 수매를 하고 있습니다.

"

"어제 하루 종일 8상자의 고추를 땄는데 돈이 너무 말라 고추를 느긋하게 말린 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

10일 오전 7시쯤. 올들어 첫 홍고추 수매업무를 시작한 안동시 북후면 북후농협 창고 마당엔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농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경운기와 트럭에 포대째 싣고 온 고추를 농협 측이 마련한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열심히 옮겨 담았다.

이들은 영주.봉화에서 새벽같이 아침 밥을 해먹고 먼길을 달려왔다.

뙤약볕 아래 콩죽같은 땀을 흘리며 딴 고추를 수매해 손에 돈을 쥘 수 있는 날이기에 이날 농민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1989년 시작된 북후농협의 홍고추 수매는 전국에서 단 한곳, 이곳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영주시 문수면 만방리에서 온 유희진(40.여)씨는 "요즘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계절에 하는 고추 수확은 자신과 인내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유씨는 "부부가 오전 7시부터 일몰 시간인 오후 7시30분까지 점심시간 1시간 빼고 11시간30분 동안 쉼없이 고추를 따면 25kg들이 비료 포대로 40포대를 수확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고추따기 인건비도 여자기준 하루 3만5천원으로 지난해 3만원보다 5천원이 올랐다.

그나마 농촌에서는 사람을 못구해 안동시내서 모셔오는 실정이다.

농가에서는 이들에게 국수, 삼계탕, 돼지고기구이, 빵, 우유, 떡 등 다양한 식사와 새참을 제공하고 왕복 차량편까지 마련해야 돼 인건비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김복설(60'여'북후면 두산리)씨는 "고추는 7월25일쯤부터 10월20일까지 따는데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짓지만 '땡양지'에서 하는 고추 따기작업은 정말 고역"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수매 첫날인 이날 25t의 물량이 쏟아졌는데 이날 최고 경매가는 영주시 평은면 손대준(57)씨 고추로 1kg당 1천800원을 기록했고, 최저가는 1천300원이었다.

1천800원 수매가는 건고추로 환산하면 600g 한근당 7천200원 꼴로, 최근 시중의 건고추 평균시세 4천300원선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가격을 보였다.

이곳에서 경매된 홍고추는 상인들을 통해 전국망으로 공급된다.

북후농협 유정열 전무는 "북후, 녹전, 와룡, 서후면 등에서 생산되는 고추는 전국 최고 수준의 색깔을 자랑하는데다 윤기와 함께 부드럽고 고춧가루가 많이 나와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상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