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사 왜곡'성난 학계 뭉쳤다.

입력 2004-08-10 08:49:08

고구려연구재단등 여러 단체 머리맞대…대응논리 개발 동분서주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 중국이 시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정치적.감정적 대응 보다는 학술적 대응 방침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고구려사에 대한 연구성과 도출이 우리 학계의 지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고구려사 왜곡을 진행해온 반면 우리 학계의 고구려사에 대한 연구성과 축적 및 대응논리 개발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고구려사 연구자(고구려사와 관련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는 15명 정도로 신라, 백제는 물론 가야사 연구자보다 훨씬 적은 형편. 한 연구자는 " 그동안 고구려사는 북한과 중국에 유적이 흩어져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고, 느닷없는 중국측 움직임에 허둥댔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고구려연구재단을 중심으로 우리 학계는 고구려사 연구에 대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폭넓은 학술연구를 토대로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을 노골화하는 중국에 대해 냉정하면서도 논리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 학계의 목표다.

▲고구려연구재단=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올 3월 설립된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그동안 광범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해 연말쯤에는 연구자료를 대거 쏟아낸다.

또 전세계 학자들을 모아 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영문잡지 등을 통해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국제적인 공론화 작업을 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패권주의와 역사왜곡에 대한 세계 학자들의 인식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고구려 등에 대한 후학양성 차원에서 지난 달말에는 31개의 공동기획연구와 자유연구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고대사학회=지난 2002년 동북공정의 실체를 처음으로 국내에 알린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문기)는 그동안 고구려사와 관련한 논문집을 두차례 발행한 데 이어 고구려연구재단 설립, 동북공정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 촉구 및 대응논리 개발에 주력해왔다.

앞으로도 월례 학술대회 등을 통해 고구려사에 관한 논문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시민 등을 상대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구려연구회=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도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학술적 대응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국내.외 학자 400여명이 참가한 '고구려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최근 개최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토론했다.

연구회는 고구려사에 대한 대응 논리를 '고구려 정체성'이라는 책 속에 담아낸 후 영어로도 번역해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한편 백산학회(회장 신형식)는 30년 넘게 매년 3차례씩 '백산학보'를 발간하며 세계 학계에 고구려사를 알려왔다.

이문기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은 "최근 2~3년 동안에 중국 학자들이 고구려사에 관한 논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다수가 해석학 수준에 머물거나 그 논거가 약해 실증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 학계의 연구성과로 논리적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고구려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와 함께 그 연구결과를 해외에 적극 알리고, 시민들과 학생들에게도 적극 홍보하는데 학계에서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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