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영어 듣기나 읽기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학부모들이 이내 욕심을 내는 것이 쓰기이다.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영어 일기 쓰기.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일주일에 두세 번, 혹은 매일 한두 문장이라도 써 내게 되면 학부모들은 더없이 뿌듯해한다.
그러나 제때, 올바른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어 공부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집착하지 말 것
듣기든 말하기든 가장 좋은 공부 시점은 자녀가 원할 때이다.
일정 단계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시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단어나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시키는 것은 금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우리말로 쓰는 것도 힘들어하는 게 아이들이다.
하물며 영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전제돼야 할 것은 많은 읽기 학습과 어휘력이다.
한두 문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여기에 논리력, 표현력까지 갖춰야 한다.
성급하게 접근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일기 쓰기를 위해 무리하게 작문 연습을 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 될수록 천천히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쓰기는 듣기와 읽기, 말하기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가능하다.
다른 실력들이 자리를 잡으면 쓰기 실력은 훨씬 쉽게, 빨리 올릴 수 있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
우리말 일기 쓰기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그림일기이다.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논리적인 문장 구성이나 전개보다 그날 있었던 일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이를 설명하는 형식이 훨씬 쉽다.
이는 영어 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설명하는 문장 몇 개만 적어보게 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흥미도 유지할 수 있다.
그림일기에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본격적인 일기 쓰기에 들어간다.
이 때도 간단하고 쉬운 문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긴 문장을 쓴다고 반드시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체감 난이도만 높일 우려도 있다.
일정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는 일기 쓸 거리를 찾기가 마땅찮다.
이럴 땐 하루 생활이 아니라 책이나 TV, 영화 등을 본 감상문을 쓰게 하거나 친지에게 편지를 쓰는 등 다양한 형식을 이용하면 지루함을 피할 수 있다.
▲읽기 학습을 병행할 것
일기는 반복적인 글쓰기이다.
자칫하면 몇 가지 문형이나 표현에 익숙해져 다양한 문체나 형태의 글쓰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휘와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여러 가지 문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꾸준한 읽기 학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럴 듯한 일기 쓰기를 위해 한영사전이나 관용 어구를 정리해둔 교재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 원할 때는 어휘도 늘리고 쓰기 실력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억지로 짜깁기식 일기를 쓰게 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간혹 우리말로 일기나 문장을 쓴 후에 영어로 번역해 일기를 쓰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영어 일기란 영작 공부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노출되고 영어로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란 점에 유념해야 한다.
▲교정에 매달리지 말 것
아이가 끙끙대며 나름대로 일기를 썼는데 살펴보니 틀린 철자투성이고, 어법도 맞지 않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잘못을 고쳐주고 제대로 된 표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교정 역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유아 때부터 익혀온 우리말 쓰기도 쉽게 틀리는 것이 아이들이다.
영어 스펠링을 틀리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 일이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다.
한 번 쓰기도 어려운 일기를 들고 이게 틀렸느니, 저건 고쳐야 하느니 한다면 의욕이 생길 리 없다.
일기 자체보다는 읽기나 받아쓰기 등 다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틀린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적절하다.
이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 베껴쓰기와 받아쓰기인데 여기서도 단숨에 정확한 표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참고할 만한 것
영어 일기 쓰기에 대해서는 인터넷 사이트나 교재 등이 어느 정도 나와 있기 때문에 필요에 맞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로는 하명옥 교사의 영어일기(endiary.wo.to), 문희의 그림일기(myhome.naver.com/moonheek) 등이 대표적이며 교재로는 '지예의 영어 일기', '친구들의 영어 일기', 영어연구모임의 '영어 일기' 등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나 교재를 이용할 때도 다른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무턱대고 선택할 게 아니라 자녀의 수준이나 상황에 적절한 것을 골라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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