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유혹 休 '달콤한 시간여행'
각박하고 바쁜 삶. 현대인들은 일탈을 꿈꾼다.
호젓하고 광활한 자연에서의 꿀맛같은 휴식이 그립다.
지구의 허파 중 하나인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을 찾았다.
지구에서 세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부르나이 세 나라가 땅을 나눠 갖고 있다.
보르네오 북쪽에 위치한 사라왁은 열대 원시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미지의 땅이다.
사라왁의 숨겨진 보물인 바코(Bako)국립공원. 워낙 빽빽한 열대 우림 때문에 배가 아니고는 사람의 접근을 허락지 않는 원시 정글이다.
배를 타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망그로브 숲이 방문객을 반긴다.
바닷가 개펄에서 자라는 망그로브 숲은 밀물과 썰물을 겪으면서 육상과 바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신비로운 생태계이다.
뭍에 오른 뒤 정글 트래킹에 나섰다.
원시림이 앞을 가로막는다.
'공원 시설물을 훼손하면 1년간 자일에 묶어놓는다'는 경고문이 눈길을 끈다.
사라왁 사람다운 순박한 엄포라 느껴져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밀림과 새 소리, 풀밟는 소리, 나무 스치는 소리가 어우러진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정글 속에 꼭꼭 숨어든 원주민 종족들의 삶 환경도 이럴 것이다.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땀과 함께 나쁜 독소와 스트레스가 배출되는 것 같아 즐겁다.
트레킹 이후 작은 해변이 일행을 맞는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온 뒤 배를 타고 해안을 더 둘러 봤다.
10여분쯤 배를 탔을까. 줄지어 늘어선 절벽과 바위섬의 절경에 정신이 팔렸는가 싶었는데, 정글 숲에 의해 감싸 안긴 그림같은 바닷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캐나다에서 왔다는 여남은 명의 외국인들이 태양과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사라왁은 정글과 푸른 바다, 빛나는 해변 등 천혜의 자연과 고대 말레이시아의 전통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사라왁 사람들 또한 숲을 닮았다.
'셀라맛 다탕'(Selamat Datang), '환영한다'는 의미의 말레이시아 말이다.
이방인에 대한 가슴 따뜻한 환대를 사라왁에서는 느낄 수 있다.
#사라와크 관광은 쿠칭에서부터
쿠칭(Kutching)은 사라와크주의 주도이자 관문이다.
인구 37만명의 작은 도시 쿠칭에 도착한 외지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사라와크 강이다.
해질녘, 사라와크강 물살을 가르는 작은 배 하나가 석양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엮어낸다.
야경 속 사라와크 강변을 걷는 낭만은 일품. 사라와크 강을 건너는 작은 배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라와크 강의 낮 모습은 밤 모습과 달라 실망할 수 있다.
물빛이 뿌옇다.
현지인의 이야기로는 점토질이 많은 이곳 토지 특성 때문에 물빛이 황토색을 띤다는 것이다.
맑고 푸른 바다를 보려면 강의 영향을 벗어나 먼 바다로 가야 한다.
쿠칭은 말레이어로 '고양이'라는 뜻. 고양이가 유독 많고 고양이 박물관도 있다.
쿠칭 시내는 그다지 크지 않아 한 나절이면 시내 관광이 가능하다.
쿠칭 시내에는 주요 호텔들과 대부분의 관광 위락시설들이 몰려 있는데 호텔방을 잡을 때는 가급적 '리버뷰'(강이 보이는 쪽 객실)를 택하도록 한다.
#사라와크 민속촌
시내 중심에 위치한 사라와크 박물관에서는 사라와크의 역사와 옛 풍물을 함께 볼 수 있다.
'Don't Touch'(촉수 금지) 대신 'Thank You For Not Touch'(만지지 않아서 고맙다)라고 쓴 주의문에서 이 곳 사람들의 순박함이 느껴진다.
옛 풍물을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체험하려면 산투봉(Santubong) 산 기슭에 자리잡은 사라와크 민속촌을 둘러 보는 게 좋다.
보르네오 섬 원주민들의 옛 가옥과 풍습, 생활상이 재현돼 있는 자연형 민속촌이다.
특히 이반족의 옛 가옥에서는 이들이 과거 사람을 사냥하며 해골을 보관하고 있는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사라와크 민속촌 인근에는 리조트 시설이 몰려 있다.
남지나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 바다의 물빛은 동남아 다른 바다 휴양지에 비해 덜 매력적이지만 고요하고 안락하며 부대시설이 완비돼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다.
#관광프로그램 에어텔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인 '사라와크 채임버' 등에서의 동굴 탐험을 즐길 수 있으며, 쿠칭에서 남쪽으로 32km 떨어진 스멩고 정글에는 오랑우탄 보호구역이 자리잡고 있다.
쿠칭에서 1시간3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해발 1천m가 넘는 곳에 '보르네오 하이랜드 리조트'가 있다.
TV와 전화가 없으며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이 곳은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골프와 휴식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한국인들에게 사라와크는 잘 알려진 휴양지가 아니다.
북적이는 관광객도, 여행객의 지갑을 노리는 상술도, 국내 여행사의 관광 패키지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따라서 항공편과 호텔만 예약한 뒤 현지에서 관광 프로그램을 짜는 '에어텔'을 활용할 만하다.여행수첩◇출.입국
말레이시아는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3개월 이내 체류시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출.입국 절차는 까다롭지 않은 편. 한국에서 사라와크주의 관문인 쿠칭으로 가는 직항로는 없다.
쿠칭 국제공항에 가려면 말레이시아 수도인 콸라룸푸르(KL국제공항)이나 사바주의 코타키나바루 국제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환전
말레이시아 화폐는 RM(링깃)이다.
1링깃은 우리 돈으로 340원 정도.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돈 환전이 용이치 않다.
US달러로 일단 환전한 뒤 현지에서 RM으로 재환전해야 한다.
크레디트 카드는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귀국 후에는 해외 사용금지 신청을 카드사에 하는 것이 미연의 사고를 막는 길이다.
◇날씨
적도 북단 북위 7도에 위치해 있는 말레이시아의 기온은 연중 내내 21~32℃ 사이를 오간다.
더운 나라이지만 비행기.버스.호텔 안에서는 냉방이 과한 경향이 있어 감기 걸리기 십상. 긴소매 옷이나 카디건을 준비하도록 하자. 연평균 강우량은 2천~2천500㎜로 많은 편이지만, 종일 오는 경우는 드물고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주의할 점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는 치안이 매우 잘 돼 있어 밤길도 안전한 편. 회교사원이나 전통 고급식당 등의 경우 노출이 심한 민소매옷이나 반바지.슬리퍼 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현지인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결례이다.
밤의 술 문화도 그리 발달돼 있지 않다.
검지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금물. 귀엽다고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도 안된다.
마약 소지자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사형에 처해진다.
◇기타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가 널리 통용된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 220~240V(50Hz) 전압을 쓰는데다 콘센트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전기제품을 사용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하다.
국내전화는 동전이나 선불카드를 이용해 공중전화에서 통화할 수 있으며, 국제전화는 카드전화시설을 갖춘 공중전화나 전화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물가는 콸라룸푸르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며, 그 이외 지역은 한국보다 낮다.
문의 말레이시아 관광진흥청(02-779-4422).
글.사진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사진: 비행기에서 바라본 보르네오섬 북부의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쥬. 빽빽한 열대우림 사이로 바람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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