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공 조종사 노조파업 초읽기

입력 2004-08-04 11:24:16

구미 반도체 항공수출 '비상'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항공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미공단의 반도체.휴대전화.LCD 등 전자.통신기기 업종의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장기불황 속에 그나마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휴대전화의 수출증가세가 최근 들어 다소 둔화되고 있어 항공사 파업까지 겹칠 경우 구미공단의 삼성.LG 등 전자.정보기술(IT)업체들의 수출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일 총조합원 1천276명 중 1천198명(투표율 93.8%)이 투표해 전체 조합원 70.7%(902명)의 찬성으로 2004년 임금협상에 대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하며 기본급 및 비행수당 각각 9.8% 인상, 상여금 50% 인상 등 모두 11.3%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을 결의한 조종사들이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내 최대규모의 전자 산업단지인 구미공단을 비롯한 국내 반도체.전자 소재업체들은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 '항공대란'이 '수출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미공단의 주요 수출품 중 항공물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LG필립스LCD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하이닉스의 반도체 등 전자소재 등 고부가제품 생산업체들은 항공업계 파업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들어 구미공단 삼성.LG.하이닉스 등 IT업체들은 한달 평균 약 20억 달러씩, 올 상반기(6월 기준)까지 모두 122억5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해 전체 수출액(136억3천만달러)의 89%를 차지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품 중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IT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9.5%(364억8천만달러)이며 대부분 항공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항공업계의 파업이 결행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또 월평균 약 5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휴대전화.PDP.LCD.반도체 등 IT제품의 원자재 수입도 차질이 예상돼 생산과 수출이 동시에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미시청 박상우 투자통상과장은 "내수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경우 경기회복 지연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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