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301호와 302호에는 서로 다른 섭식장애를 가진 두 여자가 살고 있다.
섭식장애란 식사 조절력 상실을 보이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301호의 송희.이혼 후 이곳으로 옮겼다.
실내는 각양각색의 조리 도구와 음식 재료들로 채워져 있다.
밤낮으로 음식을 만들어 남에게 먹임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맛난 음식을 차려줌으로써 남편의 관심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아내의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헌신은 남편의 거부감만 증폭시킨다.
남편에게 거절당한 공허함을 폭식으로 채운다.
그녀는 점차 뚱뚱해지고 매력이 없어짐을 느낄수록 남편에게 음식 공세를 더 퍼붓게 되고, 남편은 더욱 도망간다.
결국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면서 떠날 결심을 한다.
남편의 애견으로 스프를 끓여 식탁에 올린다.
그리고 이혼한다.
그녀는 신경성 폭식증이다.
신경성 폭식증은 다량의 음식을 단시간 내에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는 병이다.
생리적인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에 의해서 폭식이 일어난다.
짜증나고 우울하면 폭식하고 싶어지고 음식을 먹어치우는 동안은 짜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반복될수록 자책감과 우울증은 점점 증가된다.
폭식행위가 매우 복잡한 심리적인 이유임을 깨닫지 못하고, 의지만 있으면 폭식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머릿속은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고, 폭식을 하고 싶은 유혹이 넘쳐난다.
유혹에 패배하게 되면 하루 종일 자신을 비하하고 저주한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부끄럽게 여기고 감추려고 한다.
이런 행동이 적어도 주 2회,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젊은 여성에게 흔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충동적이다.
302호에 사는 윤희. 그녀는 극단적으로 식사를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다.
물 이외에는 어떤 음식도 잔인할 정도로 거부한다.
이 여자의 식사 거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자의 육체는 남자에게 먹히는 '음식의 일종'이라는 성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의붓아버지의 반복적인 성폭행 대상이 되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성행위의 상징이며, 음식의 거부는 성욕 회피의 표현이었다.
폭력적인 남편과 가난 앞에서 어머니는 어린 딸을 보호하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이 그녀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감정이 식욕부진을 부추겼으리라.
신경성 폭식증과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대표적인 섭식장애로 일진일퇴의 경과를 보이는 만성질환이다.
신경성 폭식증은 일반적인 과식과 다르며,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단식투쟁과 분명히 다르다.
이들에겐 음식이 감정의 분출구가 된다.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날씬한 몸매에 대한 추구가 극에 달하면서 섭식장애는 증가 추세에 있다.
체중과 체형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삶이 병들어가고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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