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사회인 만큼 일반인의 삶은 일년을 주기로 계절에 따라 반복된다. 봄에 씨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엔 추수하고, 겨울에는 저장한다. 왕의 일년 생활도 일반인들과 비슷한 형태를 띤다. 국왕의 일년 일정에는 농업을 장려하는 행사가 적지 않게 들어 있다.
△봄=농부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계절이다. 음력 2월이 되면 농부들은 농사 준비에 바쁘다. 왕은 농민들에게 농사의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친경례(親耕禮)를 행한다. 왕이 직접 밭을 가는 의식이다. 친경은 선농단(先農壇)에서 왕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린 후 행한다.
△여름=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고 봄에 심은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란다. 만물이 무성해지는 계절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을 보며 농민들은 가을의 풍년을 기대한다. 그러나 왕과 백성을 괴롭히는 것은 가뭄과 홍수다. 가뭄과 홍수가 닥치면 봄에 애써 심은 농작물을 모두 망친다. 흉년은 농업 국가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다.
국가의 세입이 줄어들고 백성들은 굶주린다. 기근이 심해지면 도둑이 날뛰고 나라가 뿌리째 흔들린다. 국왕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은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조선시대에는 여름철의 가뭄과 홍수를 구제하기 위해 국가에서 수많은 제사를 지냈다. 특히 하지가 지나고도 비가 오지 않으면 큰 가뭄으로 간주해 대규모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가뭄이 심하면 왕이 직접 나서서 기우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홍수가 나면 기청제(祈晴祭)를 지낸다. 기우제나 기청제의 결과 하늘의 감응이 있으면 감사의 표시로 보사제(報謝祭)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결실의 계절이다. 농부들은 봄과 여름에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수확한다. 국왕도 봄에 심은 농산물을 직접 수확한다. 이를 친예례(親刈禮)라 한다. 왕이 직접 낫을 들고 수확을 하는 의식이다.
△겨울=모든 생명이 땅속으로 숨어들어 소생의 때를 기다리는 계절이다. 국왕은 도로를 수리하고 성벽을 증축하는 등의 토목공사를 명한다. 겨울에 내려야 할 눈이 내리지 않으면 기설제(祈雪祭)를 지내 눈을 기원한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왕은 다시 계절에 맞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만물과 사람의 삶은 계속된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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