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왕자 헥토르를 잃은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는 아들을 죽인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스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한다.
그래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한다.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의 애정행각에서 비롯된 트로이전쟁을 그린 영화중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프리아모스 왕은 아들과 아킬레스간의 결투와 아들의 패배를 인정한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정말 살인더위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 더위를 더욱 더 덥게 만드는 불협화음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뻔한 사실을 두고도 도무지 승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그 진앙이다.
◇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민성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갈등과 반목. 세상의 부조화를 보면 차라리 결투라는 극단적, 비민주적 행위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편을 나눠 결투를 벌여서 이긴 자는 갖고 진 자는 깨끗이 모든 걸 포기하고 사라지는 거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상대가) 아직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승자의 불만이나 틈만 보이면 잽을 날리며 발목을 거는 패자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코드'론은 지금까지 터부시된 진실의 공개에 다름아닌데 나라 전체를 편가름하는 단초가 됐으니 생채기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시대를 소급해가며 썩은 송장까지 끄집어 내 부관참시하는 정치권의 다툼이야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지만 초선의원이 과반을 넘어선 17대 국회 들어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니 더욱 한심하다.
'너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상대에 대한 모멸감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는 한국사람들의 정서를 바꾸어야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를 인정하려 않는 한국인의 속내를 짚어낸 그의 관찰력에 부끄럽다 못해 수치스럽다.
"니가 뭔데?" "너가 하면 나도 한다" 식의 상대를,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네 심보가 우리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자 처방이다.
◇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시대의 주역이 바뀌었다.
한때 마이너리티였고 핍박과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던 비주류들이 지금 세상의 주인이 된 것이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짓이다.
세상의 어떤 영웅도 다음 세대엔 부정당하는 등 영원히 존경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고대 지중해의 카르타고 영웅 한니발도, 그를 진압한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도 생애 최고의 빛나는 황금시대가 있었지만 그 말년은 처참했다.
그렇지만 그 모두가 역사인 것이다.
언젠가 바뀌는 것, 그것이 현재의 진실이다.
바뀔 때까지는 말이다.
크고 작은 모임이나 행사장에 가보면 참가자 각자에 맞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없는 비공식 행사라도 참석자들이 스스로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상황이 바뀌면 바뀐 데 따라 자리 이동도 자연스러워진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통하는 밀림의 법칙이라고 일축하지 말라. 스스로의 위치를 인정한다는 증거다.
상황이 바뀌면 그 자리 또한 바뀐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이 조직과 힘의 서열을 거부하면 그 사회에서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더러 덜 떨어진 인사들이 자신의 상품성을 과대포장하거나 공개 행사장에서 '내 자리 내 놓아라'며 내공 부족을 스스로 폭로하기도 하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10년만의 더위, 얼마나 더 덥게 보내려는가. 인정해주고 그러면서 인정받고, 그래서 이 더위속 짜증을 조금씩이라도 줄여가며 살자.경북중부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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