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끄덕일' 묘안 있어야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은 극히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반대 당론을 명시하거나 당 차원의 구체적인 수도이전 대안 제시도 없다.
"국가 경쟁력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들끓는 충청지역 여론을 의식해서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지난달 28일 충청권 광역의회 의장단을 만나 "신행정수도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은 유효하며 공당으로서 그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대논리 만드는 당 특위=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천도' 논란이 일자 지난달 11일 '수도이전 문제 특위'를 구성했다.
급조된 측면이 있으나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11명의 특위 위원 상당수가 이전 반대론에 기울어서인지 논의 내용도 대안제시보다는 반대 논리개발 쪽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때문에 여당으로부터 수도이전 '반대' 특위라는 비난을 살 정도다
특위 한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수도건설과 관련한 개별비용 산정 근거와 과정의 적합성, 법적.역사적.경제적 타당성 등을 자문 받고 있다"며 "대안보다는 정부안에 대한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론화되진 않고 있으나 일부 의원 사이에서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보다 충청권을 만족시키고 수도권과 영호남에 득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입법 만들자"=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 이전 대안으로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법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권경석(權炅錫.경남 창원갑) 의원은 "지엽적, 기능적 권한이양이 아니라 일본의 '지방분권 일괄이양법' 수준의 확실한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일본은 기관위임 사무를 모두 폐지하고 대장성 등 12개 부처를 통폐합, 지방분권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최소 45조원에서 최대 150조원에 달하는 수도이전 비용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투입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일도(裵一道.비례대표) 의원도 "신행정수도특별법은 다분히 정략적인데다 내용도 위헌요소를 담고 있다"며 "지역균형 발전에 관한 특별법 대안이나 가칭 '수도권 과밀인구 해소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통과된 행정수도 특별법 개정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김정훈(金正薰.부산 남갑) 의원은 '대통령 승인' 사항인 수도이전 계획을 '대통령의 승인 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로 개정, 입법부 차원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법 개정은 사실상 수도이전 수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교육도시 만들자"=윤건영(尹建永.비례대표) 의원은 서울대와 연.고대 등 수도권 상위 대학의 중부권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연세대 교수출신인 윤 의원은 "수도이전 계획 백지화를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해선 적어도 충청권의 기대이익을 보상해주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수도권 명문 대학을 중부권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지방으로 옮겨가 교육도시가 건설되면, 인근 지역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데다 지역산업과 산.학.연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상수(安商守.경기 과천 의왕) 의원도 "국민들을 설득, 지방에 교육도시를 건립하면 수도권 과밀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는 교육도시 건설과 함께 일부 행정기관의 충청권 이전을 제안하기도 한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이전 후보지까지 발표한 이상 (행정수도를)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부처 이전을 받아들이면서 교육도시 건설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별 부처 이전=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공약 중 하나로 각 지역의 산업특성을 고려, 부처를 분산하자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섬유도시인 대구에 산업자원부를 옮기고 부산은 해양수산부, 대전은 과학기술부, 광주는 문화관광부를 옮겨 그 지역의 산업역량과 연계하자는 얘기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기능별 부처이전은 좋은 대안의 하나"라며 "기능별 부처 분산과 동시에 공공기관 이전, 미니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패키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선 실패 공약을 재차 끄집어내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견도 분분하다.
17대 대선이 있는 2007년은 수도이전 건설의 첫 삽을 뜨는 시기로 한나라당이 이미 실패한 공약을 끄집어 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고민=이 의장은 "아직 대안을 내놓을 시기가 아니다"며 "현재로선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당 차원에서 학계에 대안마련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야당이 대안을 성안한다 해도 정부가 절충점을 찾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논의 차원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고심하는 점도 이 부분이다.
이 의장은 "야당이 실컷 대안을 만들어도 정부가 타협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선택의 폭이 적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부가 야당의 대안제시를 무시할 경우 수도이전 반대 투쟁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이 반대논리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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