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유신-反유신 대결" 역공

입력 2004-07-30 13:41:27

여권 '우회공격' 나선듯

'국가정체성'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이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형국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여야의 공방을 '유신대 반유신'의 대결로 규정함으로써 여야 어느쪽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9일 전남 목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정치적 전선은 과거 유신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갈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과거 산업화시대의 경제적 구조 위에서 경제적 기득권을 갖고 갈 것이냐, 세계화 정보화 네트워크 시대의 사회적 구성원리로 갈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데 이것은 한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는 한나라당과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유신세력' 또는 '반 미래세력'으로, 자신과 열린우리당을 미래지향 세력으로 규정, 작금의 정체성 공방을 '유신대 반유신'의 대결구도로 대치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서해북방한계선(NLL) 사건, 의문사진상조사위의 간첩.빨치산 민주화인사 인정 등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현 정부의 색깔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정체성 공격에 정면대결할 경우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박 대표의 전면전 발언 이후 터져나온 열린우리당의 박대표 유신책임론, 정수장학회 설립 의혹, 긴급조치세대 의원들의 박대표 비판 등에 비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공격의 포문을 여느냐였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반유신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신대 반유신의 대결구도에서 호남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라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역감정을 이용한 구시대적 행태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의사가 있다"며 "대통령이야 말로 미래로부터 후퇴해 구시대를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에서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으며 '유신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은 노 대통령"이라며 "호남 지지율이 폭락하자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여권의 유신들추기가 계속될 경우 박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체성 공방의 변질 방지를 위한 방안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박 대표가 29일 상임운영위에서 "국가정체성 논쟁은 단순히 정체성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와 연관된 문제다.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안보가 확실한지 모르는데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느냐"며 정체성 문제를 재차 제기한 것도 그 일환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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