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직접 닿지 않고 물을 끓인 김으로 음식을 익히는 찜은 영양 손실이 가장 적어 예부터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애용해온 조리방식이다.
풍류와 맛의 고장 남도에서도 찜은 참 호사스런 음식이다. 서해와 남해를 낀 곡창지대인 만큼 풍부한 특산물을 이용해 양반가의 손끝정성이 가득한 고유음식들이 많다.
애저찜 같은 양생음식에서부터 죽순채, 감인절미, 각종 전류 등 풍류음식과 혼인 이바지 음식에 이르기까지 그 사치스러움은 물론, 상차림과 가짓수에 있어 다른 지방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일쑤다. 굳이 별미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남도식 홍어찜과 참붕어찜을 소개한다.
◇홍어찜 -사진-
"처음엔 약하게 삭힌 홍어찜에 거부감을 가졌던 손님들도 몇 번 먹어 본 후엔 푹 삭힌 홍어찜을 찾는 것을 보면 특유의 톡 쏘는 맛에 끌리는 것 같아요"
수성구 만촌 2동 동경병원 응급실 앞 '싸릿골'. 흑태, 아귀, 가오리찜을 전문으로 하던 주인 김숙이씨가 최근 목포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워 회보다 더 톡 쏘는 맛을 내는 홍어찜을 선보이는 곳이다. 커다란 접시에 파란 상추를 깔고 금방 쪄낸 콩나물로 터전(?)을 다진 다음, 그 위에 10분~15분정도 찐 홍어토막을 얹고 다시 갖은 양념의 채소무침을 올려놓으면 손님상에 나간다.
홍어는 목포에서 홍어만을 전문적으로 삭히는 집에서 공급받는다.
"삭힌 홍어에 열을 가하면 본래의 맛이 더 진해지기 때문에 그 맛에 익숙한 마니아들에게는 회보다 찜이 더 인기다"는 김씨는 "잘 익은 홍어 한 점을 떼어 입에 넣고 두세 번 씹었을 때 코끝을 찌르는 향이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갖은 양념에 버무린 미나리나 소금과 참기름만으로 간한 삶은 콩나물을 함께 먹으면 강한 향이 중화되면서 감칠맛이 한결 더해진다. 이 때문에 진짜 남도사람들은 회보다 홍어찜을 더 좋아한다는 게 김씨의 귀띔이다. 또 같은 값에도 회보다 찜에 홍어가 더 많이 들어간다.
홍어찜은 애주가들에게는 술안주감으로 나무랄 데 없다. 밥과 같이 먹을 땐 주인의 특별 서비스인 홍어 내장탕을 주문해도 된다. 검은 콩을 갈아 만든 속청칼국수(3천500원)도 별미다. 온 마리 홍어 중 1/4이 들어가는 홍어찜 한 접시에 3만원. 서너명이 먹을 수 있다.
문의:053)751-1003
◇참붕어찜
"다른 식당이 하지 않는 음식이 경쟁력 있다는 생각에서 지역에 없는 메뉴를 찾던 중 전라도식 참붕어찜을 내놓게 됐습니다"
대구에서 안동 방향 구안국도 동명네거리에서 팔공산 순환도로로 우회전 하자마자 있는 '참붕어찜'. 남도지방에서 양식한 20cm크기의 참붕어로 맵지도 달지도 짭지도 않는 담백한 맛의 참붕어찜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주인 윤영숙씨가 직접 조리법을 배워 재료손질까지 손수 한다.
양파, 다시마 등 10여 가지로 우려낸 육수에 비늘과 내장을 손질한 붕어와 양념, 무, 통마늘, 시래기를 넣고 은근한 불에 1시간 이상 고다시피한 이 집 붕어찜은 우선 비리지 않다. 들기름으로 비린 맛을 제거하는 조리법은 이 집 만의 비결이다. 경상도식의 산초열매가루는 쓰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겨우내 쪄서 말린 시래기(조선무청)는 양념이 푹 배어 구미를 더욱 당긴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붕어는 잔가시가 많죠. 하지만 잔가시마저 꼭꼭 씹어 먹어야 붕어찜 먹는 맛을 제대로 안다"는 윤씨는 "목에 가시가 걸리면 김에 밥을 싸 꿀꺽 넘기면 가시가 빠진다"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했는데…. 붕어대가리를 맛있게 먹는 법은 없을까.
살을 다 발라 먹은 붕어는 아가미를 제거하면 속에 하얀 살이 보인다. 붕어의 골이다. 이 것을 속 빼내 먹으면 그 맛이 참 고소하다.
다음은 푹 고아 물러진 대가리뼈를 씹어 뼈 속에 밴 달짝지근한 육수까지 빼먹어야 붕어찜을 제대로 먹게 된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가격은 1인분 1만원. 별미 메뉴인 한치회국수(6천원)도 있다. 문의:054)976-1772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