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위기냐 기회냐-(2)정부,마이웨이하는가?

입력 2004-07-29 11:49:15

'정부 불도저'멈춤도 필요

정부가 연기.공주를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결정한 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전국 순회 공청회, 라디오 광고, 사이버 홍보 등 입체적.전방위적인 국민 여론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에 행정수도 이전 반대 플래카드가 나붙고, 한나라당이 특위까지 구성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2년여에 걸쳐 국민 의견이 수렴됐고 특별법까지 마련된 마당이니'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 기류가 강경하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신행정수도 건설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국회에서 더 논의하자"며 지금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 수도이전특위를 만들어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을 특위위원장으로 선임한 데서 한나라당과 박 대표의'반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민 여론도 팽팽한 편이다.

한나라당은 50% 이상이 반대하므로 '여론은 우리 쪽'이란 생각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주요 언론이 편파 보도하는 가운데 40% 이상이 찬성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여론조사 열세조차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행정수도 논란이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과 미묘하게 얽히면서 여야가 '올인'할 조짐도 보여 2007년 대선까지 논란이 뜨거운 용광로처럼 타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여권은 현재 '홍보'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금은 여론이 나쁘나 적극 홍보하고 특히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되면 지방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방관하고 있는 영호남 등 지방의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워낙 무모한 프로젝트인 만큼 국민이 찬성할리 없고 따라서 논란을 길게 이어가면 갈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규(李明奎).곽성문(郭成文) 의원 등은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이기면 행정수도는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2007년 말까지 행정수도에 투자되는 토지보상비 등 수조원은 별게 아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여야의 타협점 없는 대치가 국론분열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국가적 부담을 국민이 고스란히 안게된다는 점이다.

국익에 전혀 무익한 행정수도 논란을 조기에 끝내야 할 책무는 여야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여권은 수도권 주민은 물론 야당까지 입막음하는 국민적 합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권과 지방분권 관계자 등이 제시하는 국민합의 방안은 다양하다.

먼저 야권이 주장하는 '국민투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은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이끌어 낼 자신이 없고 이 경우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거대한 제동이 걸리게 된다는 부담 때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다른 방안은 대안 제시로 국민의 동의를 얻는 방안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반대 논리가 이미 제시될대로 제시된 만큼 반대를 위한 억지 반대 논리가 아니라면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분명한 지방발전에 대한 비전과 수도권 대책을 대안으로 내놓아 천도(遷都) 논란을 불식시키고 지방의 지지를 받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지방분권운동 관계자 일각에서는 신행정수도의 규모를 최소화하되 일부 정부 부처의 지방분산을 수도권과 지방의 지지를 얻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법부와 입법부의 이전을 보류하되 충청은 신행정수도, 부산은 해양도시(해양수산부 중심), 광주는 문화도시(문화부 중심), 강원 제주는 관광도시(관광부 중심), 대구는 산업자원도시(산자부 중심) 등으로 지방을 특화 발전시키는 것이 골격이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전 상임의장인 김형기 경북대교수는 "그러나 수도권 대책이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귀결돼서는 안된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利害)가 '제로섬 게임' 성격이 짙어 수도권의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할 경우 지방을 육성할 여력이 달릴 것이란 얘기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