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파헤치기' 과거 돌아가는 여당

입력 2004-07-29 11:49:15

여야의 국가정체성 논란이 과거사 비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체성을 밝히라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요구에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의 유신책임론과 정수장학회 설립의혹 제기로 맞불을 놓으면서 과거회귀 양상을 띠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기본 전략은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묶어두는 것이다.

박 대표에 대한 유신책임론 및 정수장학회 설립의혹 제기는 이를 위한 하위 전술이다.

박 대표를 볼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떠오르게 함으로써 박 대표를 무력화한다는 포석이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전략이 감성적인 지금의 20, 30대에게는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그들은 윗 세대가 갖고 있는 절대빈곤의 경험도, 그 절대빈곤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해준 개발연대에 대한 기억도 없다"면서 "그 백지 위에 유신과 반공독재로 대표되는 개발연대의 암울한 측면을 집중 조명하면 개발연대는 인권유린과 독재가 판을 친 암흑시대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정수장학회 탄생과정을 문제삼은지 하루만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시민단체와 합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8일 오후 70년대 후반 대학생활을 한 이른바 '긴급조치 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 소속 초선의원 11명이 박 대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이념과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박 대표를 공격했다.

이들은 이어 "검증할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친일세력으로부터 70년대 유신독재, 80년대 군사독재 시절까지 이어져온 획일성과 권위주의, 그것에 물든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드리워져 있는 독재적 발상의 잔영"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앞서 박 대표도 지지 않고 정체성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뿌리를 흔들려고 한다면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뿌리를 흔들지 않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29일 상임운영위에서 "생산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모적이고 편향적인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데 대해 실망했다"면서 "여당은 청와대의 돌격대 역할을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대응은 열린우리당의 정수장학회 의혹 제기 및 유신책임론이 본질 흐리기 전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사진: 열린우리당 소장파 모임인 '아침이슬'회원인 노웅래, 유기홍, 유승희, 전병헌, 우원식 의원(왼쪽부터)등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국가정체성' 공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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