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농가 희비 교차

입력 2004-07-29 09:06:48

* 고추·콩 잎 마르는 가뭄병 여름송이 수확사례 없어

연일 35℃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 속에 구슬땀을 흘리는 농민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쌀과 자두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가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고추와 콩 등 밭작물 재배 농가들은 무더위와 가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쌀농사 전문 단밀농업회사를 경영하는 박승열(57.의성군 단밀면 위중리)씨는 요즘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부분위탁영농을 포함해 쌀농사만 9만여평 짓고 있는 박씨는 "요즘은 날만 새면 벼가 쑥쑥 자라는 것 같다"며 "올 가을에는 미질 좋은 쌀을 많이 생산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씨가 올 가을 풍년농사를 예감하는 데는 장마가 일찍 끝난 데다 연일 35℃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일주일째 지속되면서 벼가 몰라볼 정도로 성큼 자랐기 때문이다.

또 예년 같으면 도열병 등 각종 병해충이 극성을 부릴 시기지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병해충 발생이 한풀 꺾인 것도 풍년농사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 박씨 등 의성 서부지역 쌀 농가들은 수확 때까지 몇차례 있을 태풍만 잘 피하면 올 가을에는 지난해 못다한 풍년가를 불러볼 생각에 벌써 마음은 잔뜩 부풀어 있다.

출하가 한창인 자두농가들도 가마솥 더위를 즐기고 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쬘수록 과일의 당도는 높아만 가고, 가격 또한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자두농 신동석(47'의성군 봉양면 장대리)씨는 "원래 자두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돼야 제맛이 나고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다"며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가 자못 반가운 표정이다.

반면 고추와 콩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불볕더위에 잎이 말라가는 가뭄현상이 나타나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고추 주산지인 단촌과 점곡 등지 농민들은 "고추밭에 역병과 탄저병이 발병해 수확도 해보기 전에 대부분 고추가 말라죽는다"며 "이런 와중에 무더위와 가뭄까지 겹쳐 농사지을 맛이 안난다"고 푸념했다.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김태문 지도사는 "벼는 빨리 익는데다 도열병 등 병충해 발병률도 낮아져서 좋지만, 밭작물은 가뭄으로 결실 및 불임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 벼 병충해 줄고 생장 최저 자두 햇볕으로 당도 증가폭염 등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올해는 여름송이가 자취를 감췄다.

여름송이는 6~8월에 생산되는 것으로, 향 등 송이 특유의 맛에서 9월부터 출하되는 가을송이보다는 떨어지지만 여름에 나오는 계절적 특이성 때문에 식도락가들이 자주 찾고 있다.

지난 5년간 계속해 여름송이가 난 영덕군내 경우 매년 2~3t을 수확, 1억여원대의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려 왔는데 산주들도 이때쯤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송이가 수확된 사례가 없다.

워낙 날씨가 더워 포자가 지표면을 뚫고 올라올 엄두를 못내기 때문이라는 것. 영덕군 산림조합 임재은(43) 과장은 "여름송이는 지표면의 온도가 19℃ 이하여야 하는데 올해는 산속도 25~27℃까지 올라가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산주들은 내심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름송이가 나지 않는 만큼 가을송이가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 임 과장은 "송이는 포자로 형성되기 때문에 여름송이가 생산된 자리에서 가을송이는 기대할 수 없다"며 "올해는 여름송이가 나지 않았던 만큼 현재 포자가 계속 확장 중에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또 올해는 송이포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수회에 걸쳐 내림으로써 수분 공급도 충분해 어느 해보다 가을송이 대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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