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상담실

입력 2004-07-26 15:07:02

이른 아침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빈집털이를 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절도를 하는 동안 아들은 집밖에서 망을 보다 함께 경찰서로 붙들려 갔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이송된다고 했다.

그 며칠이 지난 다음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아들은 "같이 어울린 친구 중에 힘센 아이가 한 명 있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친구에게 혼난다"며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 날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두려워 따라 나섰다 망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 교육받았던 일에 대해 얘기했다. 정말 창피스럽고 어머니 보기가 죄송스러웠다고 했다. 틈만 나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제는 다시 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멀리서 그 친구가 나타나면 쓸쓸 피해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말이라도 걸어올까 두렵다고 했다.

아들에게 그러면 그 친구가 "야, 날 따라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아주 모기만한 목소리로 "아니 싫어… 안 갈래"라고 대답했다. 아주 여려서 친구들이 요구하면 제대로 거절도 못했을 것 같았다.

역할놀이를 했다. "자, 선생님이 너처럼 해 볼테니 들어봐." 아주 자신없이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아니 싫어… 안 갈래"라고 말해줬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아주 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야, 싫어. 가고 싶지 않아"라고 대답해줬다. 그런 다음 두 반응이 어떻게 들리는지 물었다. 전자의 경우 친구는 또 자신을 무시하고 협박을 해 올 것 같지만, 후자의 경우는 조금은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행동연습을 했다. "자 그러면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연습해보자. 연습을 하면 말하기가 좀 쉬워질 거야." "야, 임마 싫어. 가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봐." 그러나 여전히 기어드는 듯한 목소리로 "야∼ 싫∼어. 가고 싶지∼ 않아"하고 어색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랫배에 힘을 주고 이를 깨물고 지긋이 상대방을 노려보고 주먹을 불끈 쥐고 내밀면서 강한 소리로 야, 싫어. 가고 싶지 않아"하고 말해보라고 재차 말했다. "자, 이번에는 선생님이 한번 해 볼테니 잘 지켜보고 네가 한번 해봐." 여러 번 연습한 후에야 그럴 듯한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실제 그 친구를 만났다고 하자 어떻게 할래?", "한번 해 보지요." 한껏 자신이 서는 모양이었다. 며칠후 동네에서 그 친구와 부딪쳤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말을 걸어올 때, 눈을 마주치면서 째려보자, 그 친구는 슬쩍 피하며 그냥 가버리더라는 것이다.

김남옥(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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