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활동하는 대구, 경북 출신 정치인과 출향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대구.경북이 저력과 끈기가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나 "시류를 타지 못하고 서로 단합하지 않아 지역발전이 정체돼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사회적으로 합의된 분명한 발전 방향만 제시되면 이를 밀어붙이는 엄청난 폭발력이 나올텐데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대구.경북이 참 답답하다"는 말을 곧잘 한다.
각 지역은 지금 '지방화 시대'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다.
해양도시 부산은 증권선물통합법인 본사를 유치한 데 이어 금융 관련 본사가 잇따라 이전할 움직임이라 '제2의 금융도시 부산'을 새로 꿈꾸고 있다.
충청권은 신행정수도건설로 '제2의 수도권'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인천은 송도 신도시 등 동북아경제중심도시 건설이 진척을 보여 대구와의 제3의 도시 경쟁은 이제 그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꼭 집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당정협의 때 제시한 발전 구상을 봐도 '이거다' 싶은 구상이 없다는 반응이 여야없이 똑같이 나온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창원, 대전, 천안 등 성장도시에서 다년간 활동한 한나라당 서상기(徐相箕.비례대표) 의원은 "불행하게도 '대구.경북의 발전 방향은 바로 이거다' 하고 자신있게 말하거나 내놓는 사람이 대구.경북에 없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전문가인 서 의원은 "창원과 대전은 벌판에서 일어서고 아산은 삼성의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20억달러 투자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동안 조국 근대화의 주역인 대구.경북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며 "너무 귀한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아쉬워 했다.
서 의원은 그러나 "대구.경북이 어느날 갑자기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더이상 미룰 수도 없다"면서 지역 발전의 정체에 대한 위기감과 절박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데서 희망을 찾았다.
지금 어렵지만 힘을 합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낙관하는 이들이 많다.
한전산업개발 이하룡(李河龍) 대표는 "대구.경북의 인재가 우수하고 의리가 있어 기회만 주어지면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며 "패배감에서 벗어나 지역에 대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기살리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의원은 "전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다가 지금의 대구.경북이 됐으나 대구.경북은 누가 뭐래도 경쟁력이 있다"며 "정계, 경제계 등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고 '단합'을 역설했다.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 의원은 "대구.경북이 함께 꿈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대구시가 최근 내놓은 중장기 발전 계획에 경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같이 생활하고 너무나 비슷한 대구.경북이 같은 그림을 그리면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발전이 아니라 지방의 발전 속에서 활로를 찾는 '거시적 안목'을 주문하는 이도 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지방화 차원에서 같이 발전해야지 대구.경북만 따로 발전하는 방안은 없다"면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정부의 지방화 노력에 동참해 지역의 이익을 이끌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공고를 졸업한 정호표 한국전자상거래협동조합 이사장도 "정부 정책의 흐름을 탈때 지역발전의 길이 있다"면서 "대구.경북이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정부와 타지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지역 발전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유연성'도 지적된다.
IT 사업으로 성공한 이모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이 필요한데 '도' 아니면 '모'식으로 특정정당에 몰표를 주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지역이 역동성을 가지려면 우선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치밀한 전략'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대구.경북은 그림은 거창하게 그리지만 실현가능성에 구멍이 많다"면서 "목표를 설정할 때 실현가능성을 빈틈없이 따져보고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점까지 가상해 대책을 마련한 뒤 일을 추진해야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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