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찜통 대구에 물을 뿌리자

입력 2004-07-23 15:35:47

덥다 더워…. 이제 시작인데 올 여름 더위도 심상찮다.

대구기상대는 10년 만에 최고의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전국에 대구더위의 명성을 입증할 조짐이 보인다.

열대야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이래저래 고통스런 여름나기가 예상된다.

그래도 들려오는 시원한 소식이나 있다면 위로가 되겠으나 신문을 봐도 열 받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정치, 경제, 사회면 어디를 봐도 마찬가지다.

사회면에는 '살인마 검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동반자살'/ '지하철 파업' 등 답답한 내용들이고 정치면은 '청와대-군 갈등'/ '한나라당 전면전 선전포고' 등 지지고 볶는 기사들이다.

그 중에도 경제면을 펼쳐보면 더욱 더 덥다.

'올 여름 정전사고 잦다'/ '한국경제 우울증에 빠졌다' 등 밝은 소식은 보이지 않는다.

또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 침체의 터널 앞에 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이 같은 내용과 상반되게 한국은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보도도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칼럼을 통해 '한국은 대내외적인 금융위기의 직전에 있지도 않고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도 "일본의 10년 장기불황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의 줄도산으로 일어난 것이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리고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 있어 장기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구름에 싸여있는 달과 같아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빠진 한국경제 기사와 장기적인 개혁정책이 필요하다는 상반되는 기사를 접하는 시민들은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장단에 춤출지 몰라 무기력증 치료는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경기를 살릴 해법은 있는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회복의 양상이 뚜렷한 일본경제의 부활을 살펴보면 교훈을 찾을 수도 있다.

구조개혁 3년을 실행하고 있는 일본 고이즈미 내각의 모토는 '지방의 활기가 일본의 활기로 이어진다'라는 야심적인 정책이었다.

'지방 살리기'는 '나라 살리기'로 이어진다는 것이 개혁의 당위성이었고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잊혀져 가는 문화와 전통 등 각 지방의 잠재력을 살려 일본을 재구축하는 구조개혁의 핵심이 지방 활성화였다.

이러한 지방의 다채로운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어 일본 전체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

'최북단 왓카나이(稚內)에서 최남단 이시가키까지'를 키워드로 전국적인 도시재생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제안에 따라 전국에 300여건의 특구를 지정했다.

정부, 지자체, 민간사업자가 함께 하는 사업에 금융지원과 함께 민간투자를 촉진시켜 국제경쟁력을 높였다.

그밖에 중소기업 지원과 지방대학을 비즈니스의 핵으로 삼아 약 800개의 벤처기업을 창업 지원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었지만 고이즈미씨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간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 대구의 경우는 어떤 상황인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KIST)도 국책사업이 아닌 산자부로 이관될 것이고 특구 지정도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대구는 덥다.

일본 도쿄에서 해마다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백만명이 동시에 펼치는 '시민 물뿌리기 운동'을 우리도 실시해 봤으면 싶다.

이도저도 안되면 여름휴가 내고 도심을 훌쩍 떠나 시원한 계곡을 찾을 수밖에…. 암반 틈새로 흐르는 차가운 물소리를 들으며 돗자리 위에서 죽부인 껴안고 낮잠을 청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겠는가. 욕심낸다면 구름에 싸여 있는 달과 같다는 정부의 정책들이 환한 보름달처럼 산마루에 두둥실 떠오르는 풍경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상생의 정신'이라도 다져보는 여름나기가 된다면 어떨까. 이 살인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순국 imaeil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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