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해도 그 지하철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 만큼 우리들은 성숙했을까. 의문사위를 둘러싼 그 의문 투성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우리들. 대통령의 친형과 경계인의 판결을 보고 우리들은 사법부의 성숙을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NLL 사태로 통수권까지 들먹이며 열을 내다니. 직성이야 풀렸겠지만 마치 그 후폭풍이듯 열대야는 오늘도 여전히 서민들의 등판떼기를 땀으로 푹 젖게 만들고 있다.
수도이전. 그 득실을 따지며 흡사 낟알 줍기라도 하는 듯 목말라 하는 공청회의 모습에서 더위는 더욱 기승만 부리는 것 같다.
정부기관의 분산으로 지방도시에 사람이 모인다면, 그리고 지방의 경제가 살아난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고 또 해보고. 그 가정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 가정을 많이 해 본다고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 줄까. 덩달아 경제가 살아 줄까. 어려운 문제다.
고도의 분업조직과 인간과의 놀라우리 만치 유사하다는 개미에게 혹 답이 있을까.
'개미제국의 발견'. 서울대 최재천교수가 지은 개미에 대한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는 흥미진진한 르뽀. 자연과학서 같지만 우선 재미있는 책이다.
지구상에는 9500여종의 개미가 있고 물경 1경 마리나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책이 지니는 순서. 그보다는 어린 시절 누구나 가지는 기억들, 예를 들면 쪼그리고 앉아 쉼 없이 움직이며 물건을 나르고 일하는 개미의 신기함에 취한 경험들 뒤에 남은 많은 궁금증들을 이 책은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풀어 주고 있다.
나의 개미세계 여행이라는 조그만 제목 밑에 다시 3장으로 나눠 이야기는 전개된다.
첫째가 개미사회의 경제. 역시 경제가 중요하다.
그리고 둘째장이 개미사회의 문화. 문화도 상당히 비중있다.
마지막이 개미사회의 정치. 역시 정치가 꼴찌다.
물론 이 순서는 개미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고 지은이의 개미여행에서 나온 순서라고 풀이하는 게 편할 것 같다.
부지런한 개미. 그래서 일개미라는 말도 있다.
집단으로서는 끊임없이 일하고 있지만 그러나 개미 한 마리 한 마리 따져보면 개미는 게으르다는 결론이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5시간. 사람보다 오히려 게으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른 개미집단에서 개미를 잡아다 노예로 부릴 때는 더 열심히 논다는 게 아닌가. 인간판 노예제도라 할까. 더 재미있는 사실들도 많다.
개미란 놈이 버섯농사를 짓고 단물을 빨아먹기 위해 진디를 키우는 소위 낙농도 한다는 사실에서는 입이 딱 벌어진다.
그 뿐인가. 여왕개미를 위해 일 한다는 일개미들의 성이 당연히 여왕의 충직한 하인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수놈일거라는 통념은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일개미가 모두 암컷이라니.
이렇게 개미제국의 탐험은 말 할 수 없는 흥분과 재미를 동반하고 있다.
요즘같이 머리 혼잡하고 열대야로 허덕일 때는 아주 알맞은 독서감으로도 충분한 책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읽고 더위 식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대상이 개미라서 그렇지 어느 구석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묘한 발견에 또 다른 독서의 재미를 지닐 수 있는 책이다.
그 작은 몸집과 머리통. 그러나 개미를 확대한 사진을 들여다보면 강철선으로 다듬어진 구조물 같다.
미래의 로봇도 어쩌면 이렇게 모양이 단순화돼야 인간에 근접한 활동을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개미의 겉모습은 세련돼 있다.
최근 개미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 싶다.
이렇듯 개미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를 빗대어, 아니 인간이 개미의 세계를 빗대어 흉내내는 지도 모른다.
여하튼 개미는 지금 숱하게 많은 교훈을 우리들에게 주고 있는지 누가 알까.
권력에 대해서도 무척 닮았다.
사람이 개미를 닮았는지 개미가 사람을 닮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읽는 이의 자유다.
일개미들이 역적모의를 해서 이방원과 정도전처럼 강력한 왕권을 유지하고 또다시 갈등하고 암호를 해독해 다른 개미를 등쳐먹기도 하는 개미. 그렇지만 저자는 인간보다 더 일찍 지구상에 출현한 개미가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 것이고 지구상에 개미가 없어지는 것 보다 인간이 없어지는 것이 전 생태계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주장에는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한다.
왜? 이 책으로 인해 새삼 우리는 개미를 새로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오늘, 싸우기만 좋아하는 위정자들은 개미에게 무엇인가 배울게 없을까.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개미를 따라가면 혹여 공동의 선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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