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도발"...위기 감도는 여야

입력 2004-07-22 12:35:04

박대표 선전포고-열린우리당 대응

여야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활을 건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전포고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했고 열린우리당이 이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표는 21일 서해북방한계선(NLL) 사건 보고누락 파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간첩.빨치산 민주화인사 판정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며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상생의 정치는 무조건 싸우지 않거나, 정부.여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 '상생'이라는 이미지에 집착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 성향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여론이나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추락 등에서 보듯 국민들은 현 정권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판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정부.여당에 대해 분명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국가 정체성문제를 정면으로 제기, 한나라당을 안정세력으로 각인시킨다는 것이 박대표의 구상이다.

박 대표는 6.25를 경험한 세대들이 살아 있고 남북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사적으로는 불안한 상황에서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사안을 대상으로 한 이데올로기 문제 제기는 큰 파괴력을 낳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박 대표가 신기남 의장의 대표회담 제의를 거부한 것도 만나서 특별히 합의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일차적 이유이지만 안정.보수세력으로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전면전 불사 발언에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22일 "박 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내 강경론자들의 압박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며 "현재 한나라당에서 강경론을 들고 나와 큰 싸움에서 이긴 전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라"고 말하고 '정치적 색깔공세'라고 폄하했다.

그는 이어 "박 대표는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반을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가급적이면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제했다"며 "어젯밤의 도발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역대 어떤 야당 대표도 전면전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섬뜩하다"고 비난했다.

정경훈.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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