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성악가들의 습관

입력 2004-07-22 08:59:12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가수가 매우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의상과 분장에 조명을 받는 모습은 충분히 그런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무대에 서기까지 성악가들에게도 남다른 어려움과 노력이 있다.

사실 필자의 경우 오페라 연주 당일 두어 시간의 공연도 많이 힘들지만, 연습기간 내내 끊임없이 지속되는 연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연습에 따른 체력 소모, 목소리 관리 등으로 상당히 힘겨울 때가 많다.

이런 힘겨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성악가들은 저마다 독특한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의 세계적인 오페라가수 마리아 칼라스는 마지막 연주가 될까 봐 보라색 드레스는 절대로 입지 않았고, 독방에 늘 혼자 조용히 있었다고 한다.

테너 프랑코 코렐리의 경우 연주 이틀 전부터는 실크 목도리를 두르고 필요한 얘기는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글로써 표현했다고 한다.

그밖에 무대에 나서기 직전까지 먹어야 되는 가수도 있는 반면, 호세 카레라스처럼 하루 전부터 절제하고 물만 마시는 가수도 있다.

공연의 긴장감에 못이겨 늘 술을 마시고 늦게 어디선가 나타났던 전설의 테너 유시 비올링은 늘 코가 빨갛었다고 한다.

영웅적인 드라마틱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박력있게 무대에 등장하는 가수로 기억된다.

그러나 실상은 무대에 오르기 전 커튼을 부여 잡고 연주를 할 수 없다며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다 떠밀려 나온 거란 얘기도 있다.

심지어 많은 성악가들은 불면증으로 약까지 복용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유별나게 혹은 재미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성악가들의 이같은 습관들이 최선의 노래를 위한 애틋한 노력이란 걸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무대에서 진정한 감동의 꽃을 피워 향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정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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