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일 제주도 정상회담의 의미

입력 2004-07-21 11:38:27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간의 한일정상회담은 북핵문제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주요 현안 외에 형식면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이기 때문에 공식 의전 행사가 최소화되긴 했지만 양국 정상은 이틀간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및 만찬 등 공식일정에서 콤비 스타일의 간편복 차림으로 회담을 진행하는 등 파격적이다.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만찬에서도 '존경하는 ○○○대통령각하'로 시작하는 공식만찬사도 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자연스러운 건배사 제의로 대신한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 이틀째인 22일 오전 1시간여 동안 회담장 인근의 산책로를 함께 걸으며 환담을 가지면서 우의를 다지는 시간도 갖기로 했다.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편안한 만남을 통해 양국정상간의 신뢰를 돈독히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이번 제주 한일정상회담이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1년에 최소한 한 차례씩 상호방문, 회담을 갖는 '셔틀외교'형식의 실무외교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셔틀외교는 지난해 6월 노 대통령의 방일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초청한 뒤 올해 2월 일본에 본격 제의했고, 지난 5월 일본이 적극 응답해 성사됐다"면서 "이제껏 국빈방문, 실무방문의 형식에 얽매이고 의제와 성과에 집착해 의전과 격식을 따져온 외교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간에도 중국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셔틀외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담의 주의제는 북핵문제다.

지난 6월 베이징 3차 6자회담을 계기로 일정 수준의 진전을 이룬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한.중.일 3개국을 순방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놀랄 만한 대가'를 언급하는 등 북핵문제 해법 모색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북핵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지난 5월 북일정상회담에 이어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중을 직접 탐색한 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한일양국의 전향적인 제안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대북경제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일관계 미래 비전 △동북아시대 구상 실현을 위한 한일간 전략적 협력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의 양국현안 △이라크 임시정부 지원 등 국제협력방안 등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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