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8월초부터의 본격적인 부대원 파병에 앞서 군수물자를 선적 중에 있다고 한다.
정부는 6월 18일 3천여명 규모의 국군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는 내용의 추가파병계획을 확정하고 이라크 내 쿠르드족 자치구인 아르빌을 파병지로 정하였다.
그리고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된 김선일씨의 처절한 모습을 담은 테이프가 한밤 긴급 편성된 각 방송사의 뉴스특보를 통하여 방영된 바로 그 다음날, 정부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이 이라크 파병 원칙을 재확인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였다.
무장저항세력의 섬뜩한 메시지와 김씨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대한 고뇌의 흔적을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가 행한 짧은 발표과정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김선일씨의 희생은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극단적 반감을 읽어 내는데 부족하지 않다.
비록 그를 살해한 세력이 알 자르카위가 지휘하는 소수 과격 저항세력이라고 보도 되었지만 지난 달 AP통신이 실시한 이라크인들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92%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인식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여론 역시 이라크 전쟁에 부정적이다.
이미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있고 미국 상원은 정보위원회를 통한 1년간의 조사를 거쳐 지난 주말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라는 결론을 발표하였다.
전쟁당사국의 이러한 여론 및 미 상원의 조사결과는 이라크 전쟁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점에서 예견된 것이다.
미국에 의하여 감행된 이라크 전쟁은 국제법상으로 불법적인 침략전쟁이다.
국제연합의 헌장에 의하면 국제사회에서의 무력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헌장 제2조 제4항).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최후적인 수단으로서 무력사용이 인정될 뿐이다(헌장 제42조). 미국은 이라크 침공 직전까지 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을 이끌어 내려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이는 국제연합의 대다수 회원 국가들이 이라크 전쟁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연합은 그 외에 공격을 당하는 국가에게 자위권(自衛權)의 행사로서의 무력사용은 허용하고 있다(헌장 제51조).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침공시 자위권 행사의 명분으로 주장한 대량살상무기는 현재까지 이라크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고 후세인과 알 카에다와의 관련성 역시 부시의 일방적 주장 외에 드러난 증거는 없다.
이처럼 국제법상 침략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한국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반한다.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민국은...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라고 하고 있고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고 규정하여 국제평화주의를 헌법의 기본적 가치로 선언하고 있다.
또한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라고 하여 국군의 사명을 자위적 전쟁에 국한시키고 있다.
혹자는 국익을 들어 파병을 찬성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론화의 부재 속에 막연한 불안감(파병을 거부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심각한 보복조처를 당할 수도 있다는)이 상당수 국민사이에 유포되어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법적 질서와 헌법적 가치, 우리 젊은이들의 꽃다운 목숨, 그리고 국민적 자존심과 기꺼이 맞바꿀 수 있는 국익이란 과연 무엇인가.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파병에 따른 온갖 부정적 결과를 상쇄시켜 줄 좥대한민국좦 의 국가적 이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이라크 파병의 국제법적인 불법성과 위헌성은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 나가고자 한다면 우리의 개별 국가적 이익을 위하여 주권국가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에 참여하여서는 안된다.
이라크 파병을 목전에 두고 우리는 김선일씨의 마지막 호소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야 한다.
송해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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