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7)미래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

입력 2004-07-21 08:50:21

수치상으로 볼 때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국내 제일 가는 문화예술도시이다.

대구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음악 전공자는 전문대를 포함해 800명에 이르며, 대구 미술협회에 소속된 화가만 1천600여명이나 된다.

또한 대구는 오페라하우스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지방 도시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구의 문화예술계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폐쇄.온정주의

지난 3월 대구문화산업발전계획 종합보고회에 참여한 서울의 문화마켓팅업체인 '화이트커뮤니케이션'은 대구의 이미지에 대한 전화 및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기울어가는 양반가 △허명의 문화도시 △실체없는 문화도시라는 응답이 많았다고 발표했다.

문화예술계의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공연장이다.

적지 않은 공연이 수요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꾸며지고 있으며 객석은 제자, 친지들로 채워진다.

이력만 남기려는 음악회들이 양산되면서 대구의 공연예술계는 활력을 잃은 상태이다.

역설적이게도 공연단체가 많은 것이 대구 문화예술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강대식 교수는 "대구에는 음악인들이 많다보니 연주회가 난립하고 있으며 이것이 음악회의 질적 저하와 관객 외면이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구의 문화예술계는 타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발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배타성이 심하다.

권세홍 대구타악예술협회장은 "출신학교에 따른 학맥 따지기와 편가르기가 대구 음악계를 망치고 있다"며 "파벌 현상과 알력이 심한 데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풍토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춘천인형극제를 각각 성공으로 이끈 김성근 서울대 국악과 교수와 강성균 예술감독은 통영.춘천과 전혀 연고가 없는 인물이다.

대구라면 외지인들에게 전권을 부여했을까. 연극인 이필동씨는 "지역내에 적임자가 없다면 외부에서라도 수혈한다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 권력화 경계

대구에서 열리는 오페라의 팸플릿을 보면 제작자(단장)의 사진이 가장 앞에, 크게 배치돼 있는 것이 많다.

무대의 주인공인 음악인들은 정작 차비도 안되는 헐값의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서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단장의 이름은 남지만 성악가는 잊혀진다.

작곡가 이상만씨는 "대구의 예술계를 이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세력화.권력화돼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예산 지원을 끌어오는 능력이나 교제능력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현상이 있다면 학도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그 수도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에선 배울 것이 없다며 아예 레슨(교습)조차 서울로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대구 공연예술계의 장래는 암담할 뿐이다.

#안일한 행정

대구시의 안일한 문화.예술 행정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는 역내 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문화산업 생산액을 현재 1.7%(3천350억원)에서 2010년 17%(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관심은 문화 산업일 뿐 순수 문화예술 활성화에 대해서는 전략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 활성화에 대한 대구시의 마인드 부족은 무대공연자금 지원에서의 갈라먹기식 배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립예술단은 올해 기준으로 72억여원의 막대한 혈세를 쓰고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을 견인하는 역동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립예술단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의 대대적인 정비와 낙후된 사무국 운영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도시 가운데 문화 도시로서 가장 능동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곳으로는 부천시를 꼽을 수 있다.

문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공업도시 이미지를 벗고, 문화도시로서 거듭난 부천시의 성공 사례를 대구시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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