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섭다.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무참한 살인극에 심장이 얼어붙듯 놀란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우리 주변에서도 이토록 끔찍한 희대의 살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를 않는다.
사람이 이렇게도 잔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푹 눌러쓴 모자, 얼굴을 뒤덮다시피한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유 아무개의 눈. 모양새는 분명 멀쩡한 사람의 눈이다.
하지만 표정없이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할 때조차도 오싹 소름이 돋을 만큼 살기가 배인 눈, 바로 야차의 눈이다.
문학에 나타난 가장 무서운 눈은 아마도 그리스 신화 속의 추괴(醜怪) 메두사의 눈이 아닐까 싶다.
머리카락이 꾸불거리는 뱀들로 이루어진 메두사의, 험악하기 그지없는 두 눈과 마주치면 그 누구든 당장 돌덩이로 변해버렸다.
영웅 페르세우스조차 방패로 메두사의 얼굴을 비추며 싸워 천신만고끝에 겨우 그 목을 칠 수가 있었다.
확실히 사람의 얼굴 중 눈은 독특하다.
입이나 코, 눈썹 같은 것들은 무표정해서 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기란 대단히 어렵지만 눈은 다르다.
제아무리 그럴 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려 해도 눈이 먼저 말해준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눈빛'의 맑고 탁함이, 순함과 강함이 그대로 직설적으로 나타난다.
그러기에 눈은 그 사람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사람 됨됨이는 어떠한지, 그 마음의 표정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유년기부터 지속적으로 저장되어 자신만의 눈빛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아동발달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고 아놀드 게젤 박사가 "어린이는 한 쌍의 눈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시각세계를 갖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 세계는 직접 만들어야 하고, 그것은 자기만의 창조이다"라고 한 말은 단순한 시각세계의 차원을 떠나 세상을 보는 눈까지 말해주는 듯하여 의미심장하다.
유 아무개가 궁벽하고 정신병력이 있는 집안환경 때문에 저런 살벌한 눈빛을 갖게 됐다고 동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가난해도,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 힘든 몸을 가졌다해도, 희망과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실하게, 착하게 사는 우리 이웃들도 얼마나 많은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세상탓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함을 말해준다.마주치는 이마다 온기 가득한 눈빛을 건네는 그런 날은 언제 올까. '따뜻한 눈빛 한 올이/새벽을 지키는/새벽별이 되고/밝은 태양을 떠오르게 한다…'(김소엽의 시 '따뜻한 눈빛 한 올이'중).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