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심처. 겹겹이 문이 닫힌 궁궐의 깊숙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반인들에게 궁궐은 낯선 공간이다.
경복궁의 규모는 내전 173간, 외전 192간, 이외에 나머지 390간으로 총 755간 정도이다.
궁궐을 둘러 쌓은 궁성 동쪽에 건춘문, 서쪽에 영추문, 남쪽에 광화문이 있다.
궁궐 안에는 어떤 건물들이 있을까. 각각의 건물들은 어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일까. 정도전과 함께 경복궁 건설을 주도했던 심덕부의 안내로 구중궁궐 경복궁을 둘러보았다.
- 궁궐 구조는 매우 복잡한 것 같다.
중요하고 큰 건물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해달라.
▲궁궐을 지을 때는 대체로 중국 '주례(周禮)'의 규정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궁궐은 다섯 문 안에 외조, 치조, 연조 등 세 조정이 들어서게 돼 있다.
그래서 '오문삼조'의 공간구성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궁궐은 내전, 외전, 동궁, 생활주거공간, 후원, 궐내각사 및 궐외각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내전, 외전, 대전, 중궁전, 동궁 등 궁중 건물은 복잡한데 누가 어디서 생활하는가.
▲내전은 왕과 왕비의 공식활동과 일상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궁궐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내전 안에 대전, 중궁전이 있다.
왕이 기거하는 공간이 대전이고, 왕비가 기거하는 공간이 중궁전이다.
-대전에도 여러 채 건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에는 연거지소(燕居之所)와 편전이 있다.
왕이 일상적으로 기거하는 집이 연거지소이다.
이곳에서 왕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요 인물들을 만나 현안에 대한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궁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왕과 신하의 회의가 이루어지는 곳이 연거지소인가?
▲아니다.
연거지소는 현안을 따로 이야기하는 곳이다.
보통 회의는 편전(便殿)이라는 건물에서 이뤄진다.
왕과 신료들이 만나 공식적인 회의를 여는 곳이다.
편전은 궁궐에 따라 내전에 포함되기도 하고, 외전에 포함되기도 한다.
-왕과 많은 신하들이 함께 국가의 중대 행사나 연회를 여는 곳은 어디인가.
▲외전이다.
외전의 중심은 정전 혹은 법전이라고 한다.
정전은 외형상 가장 화려하고 권위가 있어 보인다.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건물이다.
정전은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회랑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이 엄격한 의미의 조정이다.
말 그대로 왕과 신료들이 모여 조회를 하는 뜰이다.
여기에서 외국 사신도 맞이하고 국가의 각종 공식적인 의식을 거행한다.
-동궁은 어떤 공간인가
▲차기 왕위 승계자인 세자가 활동하는 공간이다.
흔히 일반인들은 왕자들이 이곳에 머문다고 생각하지만 세자가 머무는 공간이다.
세자는 차기 임금이다.
떠오르는 해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내전의 동편에 배치하고 동궁이라고 부른다.
동궁 주변에는 세자를 교육하고 보필하기 위한 세자시강원, 세자를 경호하는 세자익위사 등 관서가 있다.
동궁은 공간 이름이기도 하고, 세자 자신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궁궐에는 왕과 왕비 왕자 외에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어디서 기거하는가.
▲궁궐에는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 후궁, 왕자, 공주 등 왕실 가족과 이들을 시중드는 내시, 궁녀, 노복, 군사들도 상당히 많다.
이 사람들이 먹고 자고 활동하는 공간은 내전의 뒤편에 있다.
뚜렷한 명칭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생활공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궁궐에 들어오면서 보니까 내전이나 외전, 동궁 주변에 크고 작은 건물들이 상당히 많던데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건물인가.
▲궁궐 안의 크고 작은 건물은 궐내각사들이다.
이곳에는 정치.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원, 경비와 호위를 담당하는 군사기구, 왕실 시중과 궁궐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관리기구들이 있다.
물론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정치.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원들의 활동공간이다.
정승이나 판서 등 고위 관료들의 회의공간인 빈청,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정청, 사간원의 관리들이 활동하는 대청과 승정원 홍문관 예문관 춘추관 등이 있다.
궁궐 정문 앞이나 궁궐과 인접한 곳에 설치된 관서들은 궐외각사라고 한다.
정문인 광화문 남쪽에는 의정부, 육조, 사헌부, 한성부 등의 건물이 있다.
흔히 육조(六曹)거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 배치된 관서들은 궁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정치와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한다.
-궁궐 맨 뒤쪽에는 너른 정원과 연못, 정자가 있던데 이곳은 무슨 공간인가.
▲후원이다.
궁궐 북쪽 편 산자락에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기에 금원(禁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왕을 비롯해 궁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이다.
후원 곳곳에 정자들이 있다.
후원은 휴식공간이지만 과거시험장으로도 쓰인다.
또 종친들의 대규모 모임장소로도 쓰인다.
내농포(內農圃)라는 작은 논이 있어 왕이 농사를 체험하는 실습장으로도 쓰인다.
말하자면 다용도 집회장인 셈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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