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배운다-게 따라서 '게걸음'놀이 해볼까

입력 2004-07-19 09:03:59

부산 진우도 갯벌체험

"선생님 조그만 게들이 빨리 오라고 그래요."

"어! 저기엔 조개도 있어요."

물이 빠져 속살을 드러낸 갯벌에 닿자 아이들은 탄성부터 내질렀다.

지난 11일 부산 진우도. 체험교육팀은 장맛비 때문에 두 번이나 연기한 끝에 이날 겨우 '갯벌' 체험에 나설 수 있었다.

진우도는 육지에서 2km 남짓 떨어진 작은 섬. 하지만 이 곳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자연생태 박물관이다.

한 섬에 갯벌과 모래사장이 있어 각기 다른 해양생물군을 볼 수 있는데다, 섬 한가운데에는 육상림과 해당화 군락이 형성돼 있어 다양한 식물까지 관찰할 수 있다.

대구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 도착, 강서구 신호동 신호리에서 고기잡이배를 타고 3분 남짓. 노래 한곡 채 끝나기 전에 섬에 도착하니 평소 배를 쉽게 타지 못했던 아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앞에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지자 금새 깡총깡총 달려갔다.

"게들이 우리를 쳐다봐요. 게들아, 가만히 있어봐. 같이 놀자."

아이들이 한발 두발 다가가자 게들은 재빨리 구멍 속으로 몸을 감춰버렸다.

게들을 쫓느라 아이들의 이마엔 금새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붉은발도둑게예요." 김경호 컨설턴트는 아이들에게 "붉은 집게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장마철에 섬 주민들의 부엌에까지 들어가 음식을 훔쳐 먹어 도둑게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설명했다.

넓은 모래사장에는 수천 수만마리의 게들이 점심 만찬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했다.

"게들은 모래를 먹지만 사실은 그 모래 속에 있는 규조류만 먹고, 모래는 다시 내뱉죠." 모래사장 여기저기에는 게들이 내뱉은 작은 모래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이번에는 갯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이 물컹거리는 것이 모래사장과는 촉감이 달랐다.

발이 쑥쑥 빠지고 금새 옷이며 손에 뻘이 묻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단연 게들.

"어, 저 게는 만세를 부르고 있어요." 한 아이가 신기해하자 김씨는 "엽낭게인데 앞발을 들고 있는 모양이 꼭 만세를 부르거나 박수치는 모습 같죠"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또 다른 한 아이가 "엽낭게는 겁쟁이에요. 쏙쏙 구멍으로 들어가버려요"라며 입을 삐죽였다.

한참 걸음을 옮기다보니 발밑에 자꾸 밟히는 것이 있다.

밤색 모시조개, 하얀 동죽조개, 길다란 맛조개, 또 여기저기에 껍질이 퇴화된 민챙이, 피뿔고둥들도 보였다.

"갯벌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개가 안돼요. 바다를 끼고 있다고 갯벌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간만의 차가 크고 연안의 경사가 완만하며 파도가 약한 지역에 갯벌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갯벌은 자연을 정화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는 공간이 된다.

인간이 오염만 시키지 않는다면 늘 먹을 것이 넘쳐나서 조개, 게, 갯지렁이 등 바다생물의 낙원이 된다.

아이들은 또다시 콩알만한 게를 쫓아가지만 게들은 아랑곳없이 작은 구멍을 숭숭 뚫으며 어지러이 걸음을 옮겼다.

바위를 들추니 어른 주먹만한 게가 숨어있기도 하고 동죽, 고둥, 갯지렁이 등이 눈에 띄었다.

◇갯벌체험을 즐기려면

갯벌체험을 하려면 먼저 물때를 잘 알아야 한다.

매일 바닷길 시간대가 달라진다.

갯벌체험은 물이 가장 빠졌을 때인 간조시간을 기준으로 앞뒤 3시간 동안 가능하다.

출발 전에 반드시 시간표를 알아둬야 한다.

준비물로는 더러워져도 되는 옷 한벌, 양말 한켤레 등을 챙긴다.

또 갯벌에 들어서면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으므로 챙이 넓은 모자와 선크림을 준비한다.

호미와 갈퀴 등은 미리 준비해 가면 좋지만,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진우도 가는길

대구에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남해안 고속도로에서 김해공항 방면으로 간 다음, 김해공항과 하구언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약 7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 삼성자동차 공장 정문에서 좌회전한 후 선착장에 도착, 고기잡이배를 얻어타면 된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진행:김경호 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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