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실비아 크리스텔

입력 2004-07-16 17:17:38

'차타레부인의 사랑'은 성문학의 최고봉인 작품이다.

실비아 크리스텔의 영화를 보기 전 이 작품을 읽은 것은 순전히 '금서''섹스'라는 자극 때문이었다. 과연 어린 마음을 용솟음(?)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전편에 걸쳐 흐르는 성에 대한 과감 솔직한 문체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특히 문자화가 금기시된 은밀한 부위에 대한 묘사는 화장실에 몰래 쓴 낙서를 훔쳐본 것 같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당신의 두 개의 홀(Hole)이 다 사랑스럽다"며 꽃을 꽂아주는 대목이다. 번역 소설에서는 그냥 '구멍'으로 나왔는데, 정숙한 차타레부인을 대하는 벌목꾼의 거침없고 무식한 '폭언'(?)에 묘한 분노와 시기심마저 일었다.

'차타레부인의 사랑'의 구성은 단순하다.

전쟁터에 간 남편. 오매불망 기다렸건만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성불구로 귀환한 것이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차타레부인의 밤은 정말 부족함이 많은 밤이 된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젊은 귀부인은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 한숨은 채우지 못한 젊은 여인에게서 나오는 '목마름'의 한숨. 보다 못한 남편은 아내를 위해 불륜을 허한다. 단서는 하나. "귀족 남자들과 놀아라". 그러나 차타레는 성욕이라는 원초적인 것에서조차 귀족적인 품위를 잃지 않는 그들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 눈에 띤 것이 벌목꾼 멜러즈. 그는 지성과 거리가 멀다. 불끈 솟는 피, 한 곳으로 쏠리는 힘의 본능만 따르는 인물이다. 남편의 간절한 바람에도 차타레는 멜러즈를 통해 성의 환희를 맛본다.

'차타레부인의 사랑'은 성욕에 휩싸인 젊은 귀부인의 '빈 자리' 채우기 역정이다. 그 성은 대단히 도발적이다. 밖으로는 여전히 고아하고 단아한 귀부인. 허벅지를 칼로 찔러도 참을 수 없는 욕정은 허례와 가식 없는 한 남자의 '살 덩어리'를 만나면서 폭포처럼 분출된다.

귀족적이면서도 단아한 이미지. 실비아 크리스텔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잘 녹아든 작품이다. 겉으로는 조신하지만, 속에서는 욕정이 꿈틀대는 차타레를 그녀만큼 잘 소화할 배우가 있었던가.

나무에 걸터앉아 치마를 걷어 올릴 때 표정은 압권이다. 게슴츠레한 눈빛에 혀를 말아 넣으며 남자를 끌어안는 표정에는 안쓰러움이 '처절'하게 묻어난다. 옆에 있다면 와락 안아주고픈, 꼭 성욕 때문이 아니라 연약한 한 여인의 아픈 구석을 위로해 주고 싶다는 남성의 또 다른 본능이 꿈틀댄다.

그녀의 에로틱 무드를 1차대전의 전쟁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은 작품이 '마타하리'다.

'팜프 파탈'(악녀)의 원조격이자, 이중간첩의 대명사인 마타하리. 공교롭게도 마타하리는 실비아 크리스텔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누드에 가까운 배꼽춤으로 유럽의 상류사회를 뒤흔든 요염한 여인. 일설에는 파리의 물랑루즈에서 처음으로 누드를 선보인 것이 마타하리라는 소문도 있다.

'마타하리'는 1차대전의 전쟁 액션에 실비아의 에로틱을 가미한 작품이다. 그러나 실비아 크리스텔의 연약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강력한 이중스파이. 그나마 에로틱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는 했으나 '에로킹'의 기억에서는 지우고 싶은 실비아 크리스텔의 모습이었다.

올해 실비아 크리스텔은 올해 52세다. 2001년에는 '섹시보이', 2002년에는 '뱅크'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이제 얼굴에도 주름이 많이 져 할머니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여전히 곱다.

'에로킹'의 인생수첩 도입부를 화려하게 장식한 실비아 크리스텔. 한때 에로의 여신으로 한국의 뭇 남성들을 매료시킨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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