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대세"-"실력 하향" 대립

입력 2004-07-14 09:09:40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 문제가 지역현안으로 떠올랐다.

평준화도입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포항시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활동 강도가 지난해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

'추진위'는 최근 명칭을 '투쟁본부'로 바꾼 후 포항시교육청 마당에서 한달 가까이 텐트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짜여진 일정에 따라 경북도교육청 및 포항시교육청 항의방문 및 시위, 포항시민 상대 촛불집회 등을 잇따라 열고 있다.

포항지역 평준화 논란 과정, 양측의 핵심 쟁점, 도 교육청 입장 등을 살펴본다.

평준화논란 현실정

투쟁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된 서재원(달전초교 교사).장명숙(포항중앙여고 학교운영위원장).서인만(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장).송애경(포항여성회장)씨 등 4명은 물론 투쟁본부에 가담하고 있는 20개 시민단체들의 활동 또한 적극적이다.

이같이 '포항시고교평준화투쟁본부'는 이번만은 경북도교육감으로부터 '평준화 도입'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태세이다.

이에 반해 평준화 도입을 반대하는 '고교평준화반대 범시민교육협의회'의 활동은 적극성이나 조직면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인 '투쟁본부'가 예년과 달리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자 자신들도 대시민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지난 7일 위덕대에서는 한국교육개발원 주최의 '경북도 고교입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사실상 한국교육개발원이 경북도교육청의 용역의뢰로 추진하고 있는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도입 타당성 여부에 대한 연구결과 보고에 앞서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양측이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한 주장을 펼쳐 평준화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임을 재차 확인했으며, 특히 토론때는 분위기가 더욱 험악했다.

평준화 논란 과정

지난 1998년 4월 전교조 포항시지회, 포항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포항지역 고교평준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러서치에 의뢰해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사 91.7%, 학부모 77.9%, 학생 82.2%가 고교평준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듬해 포항MBC도 자체 ARS여론조사를 실시해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여론이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는 발표를 했다.

그후 연대회의는 추가로 몇차례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평준화 우세 여론을 확산시켜 나갔다.

이에 대해 일부 명문고 및 사립고 동창회, 재단, 교사들은 조사방법에 문제가 적지않다며 반발하는 등 포항시 고교평준화 도입 논란의 불씨가 됐었다.

지난해 5월에는 포항시내 중.고교 교사 1천300여명이 고교평준화의 조속한 실시를 요구하는 연대서명을 했다.

그러자 다음달 포항지역 초.중.고 운영위원회 및 어머니회 대표 등 학부모 100여명이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반대 범시민 교육협의회'를 발족하고 평준화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같이 고교평준화 문제는 지역의 주요 현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쪽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섬에 따라 시행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북도교육감 또한 입장표명을 보류한 채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평준화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도교육청은 급기야 지난해말 포항 고교평준화를 비롯한 경북 고교입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 용역을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했으며 그 결과는 이번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평준화 찬.반 양측 주요 쟁점

△찬성=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국교육개발연구원(2004년 4월) 등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의 학생성적이 더 좋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성적 향상 폭도 증가했으며, 사교육비 부담 감소 등 여러가지 면에서 평준화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2002년에 경기도 7개 신도시가 고교평준화를 도입했으며 내년에 여수.순천.목포시가, 2006년에는 김해시가 평준화를 실시하는 등 전국적으로 고교평준화가 대세라는 것.

이와 함께 걸림돌 중 하나인 학군 조정문제는 구룡포종고 및 여종고, 기계종고, 죽장고 등 외곽지 고교는 여건성숙을 조건부로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특성화 고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비를 지급하면 되고 이외에도 평준화는 과외 과열 방지, 전인교육, 고교서열화 폐지, 대입시에서 내신 유리 등의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학생의 능력별 학교선택권을 제한, 학습의욕 상실 등 학생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학교 추첨배정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등 교육도시로서의 위상 추락은 물론 교실수업 붕괴로 사교육비가 되레 증가할 것이며 특히 시외곽지 고교를 평준화에서 배제했을 때 지역민들의 불만은 물론 시외곽지 고교에 배정을 받은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평준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일 뿐 아니라 교사, 시설 등 기타 교육여건의 평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입장

이영우 도교육청 중등과장은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평준화 제도개선 구성체를 만들 계획"이라며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평준화추진위에서 여론조사로 도입여부를 결정하자고 하는데 이는 여론몰이식 방법"이라며 "이같이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며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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