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글 한자 때문에...
대구시는 영남권의 중심도시로 조선조때는 경상감영이 설치됐던 곳.
대구는 예전에는 '경상북도의 대구시'에서 1981년 경북도와 같은 지위인 '대구직할시'로 재출발했고 1995년에는 '대구광역시'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의 변화 못지않게 대구시의 행정을 둘러싼 수많은 뒷 이야기들도 넘쳐 세간에 회자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달구벌 일화'를 매주 화요일 한차례씩 싣는다.
〈 1 〉뒤바뀐 대구의 상징
'제막 2개월 만에 바뀐 대구의 상징, 시조(市鳥) 독수리의 운명'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 지난 1981년 대구시가 보통시(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자치단체(직할시)로 승격한 뒤 대구시를 상징하는 시조로 선정됐다.
당시 대구는 직할시로 막 출발한 때인 만큼 힘찬 도약과 무한한 영역을 활보하는 개척정신 등을 나타낼 만한 상징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새중의 왕인 독수리를 시조로 삼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독수리는 대구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데다 죽은 동물이나 썩은 고기, 심지어 사람의 시체까지 먹는 소위 부육식(腐肉食) 동물로 구분되고 미국을 상징하는 새란 점 등에서 선정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6년 2월24일 독수리상은 시청 본관 앞에 선보였다.
향토 조각가가 만들고 대구발전동우회가 기증한 것. 이 독수리상의 옆에는 '남갈색 날개, 큰 부리 억센 발톱, 이는 두루 감싸며 슬기로우며 굳건하여 쉬이 흔들리지 않는 대구의 기상이다'라는 지역 문인의 글이 한 여성 서예가의 글씨로 조각됐다.
또 독수리상 받침석 앞면에는 '독수리-대구의 얼'이라 새겨져 있었다.
성대한 제막식이 열린 뒤 45일 만인 그해 4월10일 갑자기 독수리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일주만인 4월16일 새 독수리상이 조용히 등장했다.
독수리의 상이 좀 더 커지고 독수리상 받침석 앞면에는 '독수리-대구의 기상'이란 글씨가 조각된 점 등이 달라졌다.
독수리상이 바뀐 사연은 독수리를 '대구의 얼'이라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는 한 공무원의 지적이 뒤늦게 수용됐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공무원은 '얼은 정신이나 혼을 뜻하고, 기상은 타고난 기개나 겉으로 드러난 몸가짐 등을 의미한다'며 시 당국에 직언했다가 호통과 질책만 들었는데 이후 유력인사를 통해 시장에게 다시 건의, 바로잡았다는 것. 그는 "잘못을 시정하려다 욕을 먹었지만 늦게나마 잘못된 표현이 바로 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회상하며 "그러나 아직도 시조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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