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노조 위원장 장모(57)씨가 전 버스조합 이사장 이모(66)씨로부터 해외 여행과 명절 떡값 등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일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버스 노사'의 검은 거래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는 지난 2002년 10월 장씨를 비롯한 노조 간부 38명이 해외연수를 떠날 때 이씨가 여행 지원금으로 6천600만원을 지원했으며, 또 장씨가 별도로 명절 떡값 명목으로 1천700만원을 받았다는 것. 이씨가 원만한 노사협상을 위해 노조 간부에게 거액을 건넨 것이란 게 경찰의 수사 결과다.
이에 따라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서민의 고통을 담보로 9일간 파업을 벌였던 버스노조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파업 결과 시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준공영제 약속을 시로부터 얻어냈으나 과연 '세금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물론 이번 구속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협찬이나 지원금 명목으로 사 측에서 노조 측에 행사비나 운영비를 지급하는 것은 관례이며 이를 두고 구속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것.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파업때문에 차가워진 시민 여론에 비춰볼 때 비난받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여행 지원금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사회에서도 승인한 만큼 대가성의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즉,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장기간 파업을 한데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관행이냐 아니냐, 대가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파업으로 발을 묶고 요금을 올려도 시민들은 참았다.
그때마다 거론되고 기대했던 서비스 질이 향상되지 않아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쓴소리 한마디로 끝냈지만 이제는 버스 노사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차가운 불신의 벽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다.
버스는 계속 달려야 하고 어쨌든 시민들은 이용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버스 노사가 진정한 시민의 발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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