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개혁과 상생

입력 2004-07-13 09:00:16

제 17대 국회는 개혁과 상생의 화두로 출발을 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은 개혁과 상생의 화두와는 관계가 먼 것들뿐이다.

개원을 하고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힘 겨루기를 한 결과 1개월 이상 개점 휴업상태를 보이다가 이제 겨우 원 구성을 했고, 첫 결의안이 제 식구 감싸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진정 생명을 살리는 참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 속에 참 생명이 없으면서 개혁세력을 자처할 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개혁적인 삶의 모습, 즉 고위층의 이름을 들먹이며 아내의 대학교수 취직을 청탁했다가 말썽을 빚는 일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혁과 상생이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생명의 도구요 수단이 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참 생명이다.

자신의 삶 속에 참 생명을 갖지 못한 자가 개혁자임을 자처할 때 법의 정신은 배제한 채 법의 형식만을 의지하게 되고, 참 생명이 없는 자가 휘두르는 법은 죄인만 양산해 낼 뿐 사람을 거듭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서릿발같은 법의 집행이 개혁의 수단이긴 하되 그 동기는 반드시 생명, 그리고 그 결과는 살림이어야만 한다.

이것만이 개혁 전체를 살리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길이요, 이것만이 개혁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개혁의 우상화를 막는 정도요, 이것만이 개혁을 특정인의 특권이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막는 첩경이다.

입만 벌리면 개혁과 상생을 논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여러분 속에 참 생명이 있는지 먼저 살피고 참 생명이 없다면 그것을 먼저 품고 그 생명을 사람을 구분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나누어주기 위해서 애를 쓰십시오. 그러면 개혁을 꽃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송유언(대구중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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