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요직에 있는 교수의 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에 따르면 국가 혁신을 위해서는 '개혁 주체 세력'이 지속적으로 집권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칭찬한 그의 책에는 과거 정권의 개혁 실패는 개혁의 내용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권지지 세력을 외면하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따라서 개혁의 주체는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 항상 지지 세력이 누구인가를 살피고 그들의 요구에 잘 부응해야만 장기적으로 집권할 수 있으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국의 대처 수상이 17년에 걸친 집권으로 영국병을 고쳤듯이 한국도 현재의 개혁 세력이 장기적으로 집권을 해야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개혁 논리는 현 정권의 집권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니 개혁의 주제와 내용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이 정치적 반대를 일삼던 한나라 당도 약화되었고, 주요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신문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으며, 시민단체까지도 앞장세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개혁의 주제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데 있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국가균형발전, 정부혁신, 지방분권, 신행정수도 건설과 같은 원대한 개혁 주제들은 현 정부와 여당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학위 논문에 실패하는 학생들의 오류가 대부분 논문 주제를 너무 원대하게 잡는데 있듯이,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작고 구체적인 주제를 잘 설정해야 한다.
개혁의 주제가 민생현안과 관련된 '수많은 작은 주제'를 포함하지 않는 한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다.
개혁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개혁내용이 부실함에도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들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정부혁신, 국가균형발전은 과거 정권이 추구하던 개혁안과 거의 차별성이 없고 그 내용도 현실성이 결여된 부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새로 포장하여 정치적 홍보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신행정수도 건설은 우리의 경제 현실을 무시한 국책사업 수준임에도 '신행정수도건설 반대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과 같은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상당수 국민을 자극하는 정치적 승부수에 다름 아니다.
개혁의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 사업을 시도하려는 데 있다.
르윈스키 사건으로 탄핵의 위기에 갔었던 클린턴 대통령이 살아난 것은 미국 경제를 살린 공로 때문이다.
전 연령 대에 걸친 실업, 신용부도, 기업이탈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개혁의 효과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개혁과 변화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만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련의 경제 조치들이 따르지 않고는 개혁에 대한 지지는 없을 것이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세력의 능력과 경륜이 뛰어나야 한다.
지금은 개혁의 주제와 내용, 방향과 추진 속도를 재조정해야 할 시기이며,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정치적 코드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의 능력이 재점검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과 외교적 수완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우리의 개혁 목표는 세계적 경쟁력의 추구에 있지 국내 반대파의 제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남의 이익을 빙자하여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튼 프리드만의 지적이다.
개혁이 왜 실패하는지 꼭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전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하다.
전영평 대구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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