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재소자 교화봉사하는 주부 윤선혜수(40)씨

입력 2004-07-09 14:18:59

한순간의 실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한 무기수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어둡고 소외된 재소자들을 위해 10여년 간 한결같이 봉사하는 사람이 있어 소개한다는 내용이었다.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린 지난 7일, 대구교도소 내 정신교육장을 찾았다.

"누구나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맞닥뜨린 현실을 당당히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 있는 동안 징벌 받지 말고 두 번 다시 이런 곳에서 만나지 맙시다.

"

가냘픈 체구의 한 여인이 회색 수의를 입은 100여명의 재소자 앞에서 작은 사랑의 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우리 이웃의 평범한 가정주부인 윤선혜수(40)씨. 윤씨는 한 달에 두 번 이곳을 찾아 재소자들에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친구처럼 대화한다.

윤씨는 딱딱한 강의가 될까봐 재소자들을 위해 노래 한마당을 펼쳤다.

노래방기기 반주에 맞춰 윤씨는 재소자들과 함께 박수치며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지난 잘못과 회한은 저만치 달아나고 짧은 순간이지만 정신교육장에는 웃음과 흥겨움이 넘쳤다.

윤씨가 어둡고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무엇이든 두 개를 가지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불안합니다.

하나도 갖지 못해 고통받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아닐까요."

윤씨는 재소자 교화뿐 아니라 양로원과 고아원 봉사활동, 무의탁 노인돕기 등에 삶의 상당부분을 뭉텅 잘라 쏟아붓고 있다.

윤씨의 이런 봉사활동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남편과 자녀들의 적극적인 성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터. 아이들은 자기 용돈을 아껴 봉사에 나서는 어머니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주기도 한다.

윤씨네는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봉사단'인 셈이다.

윤씨가 지금까지 결연을 맺은 재소자만도 100여명. 그 중 한 재소자의 경우 6개월을 못 넘기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힘이 절로 솟았다고 윤씨는 말했다.

반면 나름대로 정성을 쏟았지만 출소 후 범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다시 수감되는 이를 볼 때면 자신의 사랑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다시 신발끈을 조여맨다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조차 꺼리는 교도소를 매달 빠짐없이 찾고 있는 윤씨는 "힘 닿는 데까지 재소자 교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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