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환자를 고객으로, 그리고 환자는 자신을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
무던하고 수동적이어서 병원(의사)의 지시에 순종하고 의료비용을 따지는 일없이 지불하는 환자가 아닌, 적극적이고 박식한 의료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인 것.
하지만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의료기관(제도)을 제대로 이용하는 데 도움되는 정보는 부족하다.
병원 안팎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알면 도움이 되는' 생생한 의료 이야기를 매주 금요일마다 한차례씩 싣는다.
맥킨지가 지난 2002년에 한 '한국보건의료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응답자들은 의원의 진료상담 시간에 대한 기대치가 10분인데 실제 진료를 받은 시간은 5분이라고 답했다.
진료 대기시간의 경우 기대치는 11분이었으나 실제 대기시간은 24분. 결국 24분 기다려서 5분 진료를 받는 셈이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짧은 진료시간, 복잡한 진료 시스템, 의사의 난해한 설명과 권위적 태도가 여전하다.
고객을 이렇게 냉대하는 서비스 산업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환자는 '병든 죄'로 여전히 약자로 남아 있다.
병이 나을 수 있다면 불편과 불만은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현상은 현실을 밑도는 낮은 수가와 행위별 수가제(진료건수에 따라 의료비를 받도록 한 제도)가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의사 1인당 연 평균 외래환자 수(건강보험공단 자료)가 한국은 7천300여명인데 반해 미국은 2천200여명이다.
우리의 환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의료 환경에 익숙해 있거나 체념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의료비용이 싸고 병원 선택에 제한(미국의 경우 보험회사가 1차진료기관을 지정)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동네슈퍼'에 가듯이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나 병원보다 냉장고를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사람들이 공산품보다 건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제도가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환자의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
환자가 포기한 권리를 스스로 찾아주는 병원은 별로 없다.
"어떤 병이 있을 땐 어디를 가야할지, 첫 진료 때 의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병원을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 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똑똑한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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