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없이 富를 일군다-(1)세계 무역의 창,독일

입력 2004-07-09 09:06:30

세계 최대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를 도시 곳곳에 갖고 있는 '전시산업(Trade Fair Industry)'의 중심지 독일. 지난해 무려 1천만명 가까운 독일 국내외 바이어들이 전시회에 다녀갔고 이를 통해 독일은 대구시 1년 예산의 5배에 이르는 105억 유로(14조원)의 직접적 이익을 거둬들였다.

전시산업이 '사람'을 몰아오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돈'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매일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독일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전시산업'이 도시발전에 가져오는 효과를 집중 분석하고, 국내 전시컨벤션산업의 현실도 조명해본다.

동남권의 중심 대구를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전시컨벤션산업'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테르미누스 호텔.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의 전시회 기간중이라 객실이 만원사례를 이룬 이 호텔은 전시회가 열리면 요금이 평소 2.5배로 뛰어오르지만 대기손님이 줄을 잇는다.

호텔 종업원은 체크 아웃을 한 뒤 짐을 들고 떠나는 레바논인이 "전시회 기간 중 호텔 요금으로만 4천유로(한국돈으로 540만원 가량)쯤 썼다"며 "전시회 참가자들은 전시회 기간중 호텔 객실을 사무실로 사용하기 때문에 객실료는 물론 식사, 전화'팩스이용료 등 지출이 엄청나다"고 했다.

이날 종료된 프랑크푸르트 '텍스케어(Texcare)'에는 독일을 포함한 전세계 23개국 252개 세탁 및 드라이클리닝 전문 업체가 참여했고, 1만4천여명의 유료관람객이 찾았다.

관람객 가운데 외국인 6천500여명은 거의 모두가 대형 바이어로 프랑크푸르트 시내 호텔 객실이 남아날 리 없었다.

*전시회땐 빈 호텔 없어

도쿄에서 비누회사 '소리쯔'를 경영하는 오다케 요시아키씨는 "세탁 관련 전시회를 여러번 다녀봤지만 독일 전시회를 보면 새로운 것이 많다"며 "일본에서 멀고, 호텔잡기도 힘들지만 독일 전시회는 볼거리가 너무 많아 꼭 온다"고 했다.

독일 전시회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도 만만치 않았다.

텍스케어만해도 전체 전시업체의 절반 가까운 94개 업체가 독일 내에서 참가했고 관람객중에는 독일인이 적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텍스케어 전시회를 찾은 세탁업자 폰클라스씨는 "우리나라 전시회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들기 때문에 독일 기술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해외의 선진기술을 쉽게 체득할 수 있는 효과도 크다"며 "300km쯤 운전해 프랑크푸르트까지 왔는데 대다수 독일 전시장은 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국제공항, 역 등에서 차량으로 10, 20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 외지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시내전철로 10분 거리였으며 지하철이 전시장 정문앞에 정차하는 것은 물론, 도시철도가 전시장 내부에 정차하는 뛰어난 '접근 인프라'를 갖고 있었다.

전시회 입장권이 있으면 전차도 버스도 공짜다.

독일내 전시장 최대 주주는 지방정부로 '황금알'을 가져다주는 전시장에 대한 기반 설비 및 서비스 개선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리스 모스하게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마케팅 담당은 "1999년 도시철도의 전시장 내부 통과로 도심외곽으로의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전시회 기간 중 프랑크푸르트 호텔 객실난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며 "덕분에 올해 텍스케어에만 해도 지난번 행사때(2000년)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5%포인트 늘어났다"고 했다.

한편 '텍스케어'가 내년에 똑같은 이름을 내걸고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것을 비롯해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내 대다수 전시장은 자사의 전시회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에만 해외에서 164개의 전시회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굴뚝없이도' 엄청난 외화를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의 기계 제조업체인 '그린맥' 경영실장 퐁 이유 치우엔씨. 그는 중국 회사가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길목이 '독일 전시회'라고 판단, 독일 프랑크푸르트 텍스케어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 얼마나 오나?

미국 세탁기계제조업체 '유니프레스' 게리 존스 대표는 프랑크푸르트 텍스케어 전시회에 올해로 4번째 참가했다.

그는 "독일 전시회에서 고가의 산업용 세탁'드라이클리닝 기계를 수십대씩 파는데 오지 않을 방법이 있느냐"며 이번 전시회에서도 50대를 팔았다고 했다.

*한해 8만3천 업체 참가

존스 대표처럼 독일 전시회에 찾아오는 외국인 전시자들은 매년 얼마간 등락은 있지만 꾸준한 상승세이다.

특별한 제품 결함이 없다면 전시회 참가로 대번에 판매 증진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8만3천여개 외국 전시업체가 찾아와 2002년(8만2천여개)에 비해 1천여개 더 늘어났고 처음으로 전체 독일 전시자 비중의 절반(52.2%)을 넘어섰다.

외국 전시업체는 매년 2∼6%씩 늘고 있어 독일 전시회는 집안 잔치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세계 잔치로 올라섰다.

독일에서 가까운 유럽연합 국가(51.6%)는 물론 한국 등 아시아(23.1%), 미주(9.1%), 아프리카(2%) 등도 독일 전시회를 채워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모두 1천11개의 업체들이 독일 전시회에 부스를 열고 참여했다.

프랑크푸르트 전시회에 334개가 참가한 것을 비롯해 △하노버 199 △쾰른 146 △뒤셀도르프 141 △베를린 68 △라이프찌히 58 △뉘른버그 41 등 독일내 14개 도시 69개 전시회에 한국업체들의 발길이 닿았다.

전시회를 찾아오는 바이어 등 외국인 방문객도 1999년 183만여명에서 지난해 185만여명까지 늘어났다.

바이어 등 외국인 전시회 방문객이 독일 전체 전시회 방문객의 20%수준까지 상승했다.

▨ 대구 1년 예산의 열배 창출효과

전시회가 열리면 기본적으로 전시 참가자들이 부스 비용을 전시 주최측에 낸다.

그리고 전시회 준비기간과 개최기간 중 각 전시자마다 몇 명씩의 직원을 전시회 장소에 상주시키며 바이어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전시자들이 연간 독일에서 쓰는 돈이 지난해 65억 유로(8조7천억원:독일전시산업연합 집계)에 이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시 택시기사 아스호프씨는 "전시회 기간이면 전시회 특수로 택시를 비롯해 호텔'식당 등에서 떨어지는 돈을 거둘 준비를 한다"고 했다.

전시회를 찾아오는 바이어의 지출도 만만치 않다.

프랑크푸르트 텍스케어의 관람료는 18유로(2만4천원쯤), 참가업체를 수록한 책이 18유로이다.

관람료는 전시주최측의 수입. 올 텍스케어엔 1만4천여명이 몰렸으니 관람 수입으로만 전시주최측은 5만2천200유로(7천여만원)를 챙겼다.

적자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 정부 소유'경영

관람객들도 숙박을 기본으로 하기에 체류비용을 지출한다.

지난해 관람객들은 독일서 35억 유로(4조7천억원:독일전시산업연합 집계)를 풀었다.

전시주최자의 투자액 5억유로(6천억원)까지 더하면 직접 경제효과가 105억 유로(14조원)에 이른다.

독일전시산업연합(AUMA)은 지난해 독일 전시산업의 총 경제파급효과가 230억 유로(31조원), 전시장 및 서비스분야에서 25만명의 고용창출효과까지 가져왔다고 했다.

대구시 1년 예산의 10배가 넘는 돈이 전시산업 1개분야를 통해서 들어오고 대구시 인구의 10%에 이르는 사람들이 전시산업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독일 전시산업 현황

독일에서는 연평균 140여개의 전시회(지난해 142회)가 개최돼 약 17만개의 업체들이 부스를 개설한다.

이들 부스 넓이를 모두 더하면 700만㎡(축구장 크기 약 300배)에 이르고 바이어 등 약 1천만명이 전시회를 찾고 있다.

넓이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전시장 5곳 중 4곳이 독일에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하노버 전시장(49만5천255㎡)을 비롯해 세계 3위 프랑크푸르트 전시장(32만4천31㎡), 4위 쾰른 전시장(28만6천㎡), 5위 뒤셀도르프 전시장(23만4천㎡) 등. 스위스 밀란 전시장(37만4천961㎡)만이 독일 이외 지역으로서 세계 5걸안에 들어가 있다.

이들 4개 대형 전시장을 비롯해 독일에서는 모두 24개 도시가 전시장을 소유하고 있다.

전시장은 시(市) 및 주(州) 등 지방 정부 소유이며 '메쎄(Messe)'라고 불리는 전시장 운영회사가 독자경영한다.

독일 전시회는 독일이 유럽 육상 및 라인강을 이용한 해운교통의 중심지라는 점이 부각돼 70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차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 '세계 중심'이 됐다.

프랑크푸르트'쾰른=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지난달 6일부터 10일까지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에서 개최돼 1만 4천여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은 '텍스케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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