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바디바 바디바'

입력 2004-07-08 16:28:38

20세기 최초의 의학적 업적은 혈액형의 발견이었다.

1901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란트 슈나이더 박사는 '왜 같은 인간의 피인데도 어떤 피끼리 조화가 되고, 어떤 피끼리는 서로 거부하는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는 연구 끝에 핏속의 적혈구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며, 유형이 다른 군을 분류해 A'B'C형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듬해 AB형이 추가되고, C형이 O형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혈액형 발견은 인간의 피를 서로 나눠 갖게 함으로써 피 때문에 죽어 가는 생명을 구하는 새 역사를 열게 됐었다.

▲그 이후 의학은 계속 발전해 혈액형이 50종 정도로 밝혀졌으나 수혈에는 A'B'O'AB'Rh형이 기본으로 슈나이더의 발견과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돌연변이 혈액형이 문제였다.

Rh형 항원 중 D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C'c'E'e가 없는 '바디바 바디바'형을 서울대 의대 한규섭 교수 등이 찾아내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최근 3개 대학병원'경찰청'대한적십자사와 일본 오사카혈액원의 공조로 '바디바 바디바'형 산모의 목숨을 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산한 뒤 심한 출혈로 강원대병원에 입원한 한 산모가 이 희귀 혈액형인 것을 확인, 서울 아산병원에 긴급 후송했다.

그러나 같은 혈액형을 찾지 못하다가 병원장이 서울대병원이 이 혈액현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산병원은 경찰청의 도움으로 같은 피를 가진 울산의 자매 2명을 발견했다.

하지만 공수한 그 혈액으로는 모자라 목숨을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다시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일본 오사카혈액원이 1996년 헌혈 받아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이 혈액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윽고 지난 3일 항공편으로 4유닛을 공수, 냉동혈액 해동시설을 갖춘 세브란스병원의 도움으로 수혈이 가능했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수혈을 통한 생존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엔 서로 피를 나눈다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희귀한 혈액을 가진 사람이 소생했다는 사실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손발과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세태에 비춰 더욱 그렇다.

아무튼 이 흐뭇한 소식은 요즘 같이 삭막한 세상의 한 줄기 '단비'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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