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을 앓고 있는 정현빈(10.평리초교3년) 어린이는 밥 한끼 제대로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입과 목이 다 헐고, 음식을 먹고 나면 토하는 등 투병 후 제대로 밥을 먹은 적이 없다.
더구나 한달 내내 링거주사를 맞은 탓에 작은 손등에는 곳곳에 시퍼런 자국이 문신처럼 남아 있다.
각종 검사와 치료 때문에 종일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병실 침대위 작은 공간. 한창 운동장에서 뛰어 놀 나이인 현빈이에게는 너무 좁고 갑갑하기만 하다.
"이렇게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몹쓸 병에 걸리다니…."
하루종일 그 곁을 지키는 할머니 이갑련(68.서구 평리동)씨는 힘든 투병생활과 배 고픔에 고통스러워 하는 어린 손자의 모습에 말을 잊지 못한다.
현빈이가 입원한 것은 지난달 초. 열이 심해 동네병원에서 몇 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돼 급히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열병 중에 하나인 '가와사키 병'인줄 알고 입원했지만 진단결과 소아암의 일종인 '조직구증식증후군'으로 밝혀졌다.
백혈구의 하나인 조직구가 비정상적으로 번식, 뼈.피부.간 등 몸 곳곳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해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게다가 항생제로는 전혀 치료가 안되는 상황.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백혈병보다는 치료확률이 높다는 것.
현빈이의 담당 의사는 "현빈이의 경우는 치료만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지만 그 시간과 치료비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빈이는 지금 하고 있는 치료와 검사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어 한다.
할머니는 "밥도 제대로 못 삼키는데 만약 항암치료까지 하게 되면 어린 것이 어떻게 견뎌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현빈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5천만원의 빚만 남겨 놓은 채 소식 끊은 지 4년이 넘었다.
현재 정부로부터 매월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조금 20만원이 수입의 전부. 그나마 월세를 주고 나면 치료비는커녕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형편이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할머니는 박스도 주워서 팔고, 청소도 해보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할머니 역시 관절염과 당뇨를 앓고 있지만 치료를 포기한 지 오래다.
현빈이가 입원한 뒤부터는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컵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아예 굶는 일이 다반사다.
딱한 사정을 들은 병실환자들이 할머니에게 밥을 챙겨 주곤 하지만 밥을 못 먹는 손자녀석 때문에 차마 수저를 들지 못한다.
며칠전 병원비 영수증을 받은 할머니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하려는 데 벌써 치료비가 250만원이나 나왔다"며 허리춤에서 꺼내는 작은 영수증이 이들에게는 족쇄처럼 무겁기만 하다.
"제발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세요." 일흔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애타는 절규와 한숨이 병실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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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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