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에 물이 반쯤 찬 것을 두고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과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사람의 논리는 끝없는 평행선을 그린다.
물리적으로 똑같은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처럼 '비관'과 '낙관'이라는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있으니 인간의 관념(觀念)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런데 이런 관념적인 문제를 흑백논리로 재단해 굳이 결론을 내려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대군을 끌고 안휘성 함산현 매산(梅山)을 지날 때였다.
병사들은 허기와 갈증으로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저 산이 바로 매산이다.
조금만 더 가면 매실을 실컷 따먹을 수 있다.
"는 조조의 독려에 병사들은 매실의 신맛을 상상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자 용기를 얻었다.
무사히 매산을 넘었음은 물론이다.
닥쳐올 사태를 낙관, 희망을 심어줌으로써 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많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 야욕에 선조는 1590년 황윤길, 김성일 등을 현지 실정 파악차 일본으로 보냈다.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어 필경 병화가 있으리라"고 했고 김성일은 "왜구가 쳐들어 올 조짐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조정에서는 김성일을 믿었다.
불과 2년후 15만 왜군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던 선조는 의주로 몽진을 가야만했다.
사태를 너무 낙관하다 위기를 '곱배기'로 맞은 경우다.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이냐 에는 정답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리더의 선택, 그것이 바로 현실적인 정답이다.
반밖에 남지않았든, 반이나 남았든 문제는 물컵에 물을 가득채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 아닌가. 이 경우 사태를 비관하든 낙관하든, 보수 시각이든 진보 시각이든 가치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요즘 한국경제를 놓고 말이 많다.
해외전문기관들도 위기다, 괜찮다로 백가쟁명이다.
때마침 정부는 기존 점검체계로는 위기 감지에 미흡하다고 판단, 경기속보지표를 개발하는 등 경제위기 가능성에 미리 대응키로 했다.
경기 비관론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온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우리는 왜 위기를 얘기하는가. 위기를 얘기함으로써 위기를 이겨보기 위함이다.
정부는 비관론에 너무 흥분하지말고 어떻게든 물컵에 물을 가득 채우는 데 '올인'해야한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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