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앞둔 태릉선수촌을 가다
국내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
올림픽을 30여일 앞두고 찾아간 태릉선수촌은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곳곳에서 뿜어져나와 취재진까지 묘한 긴장에 빠져들게 했다.
후텁지근한 열기가 등줄기를 적셨지만 국가 대표 선수들은 날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승리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얍, 이~얍"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는 큰 기합소리에 취재팀은 화들짝 놀랐다.
전남 보성고 감독시절 배출한 국가대표 선수만 50명이 넘는 명장 권성세(47) 감독은 남자 국가대표 선수 7명에게 외국 선수들과 맞붙을 전술과 심리적 자세에 대해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1984년 LA올림픽부터 금메달 행진을 이어오며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었던 유도는 2002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이 때문에 대표 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유도 강국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였다.
권 감독의 시범을 지켜보고 있는 선수들의 눈매에서 메달에 대한 강한 욕구가 여실히 느껴졌다.
권 감독은 7명의 남자대표 선수 중에서도 최경량급(60㎏급)의 최민호(24'창원경륜공단)를 주저없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경북 김천 모암초교 4년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최민호는 김천 석천고, 경산 진량고를 거쳐 용인대에 들어가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최민호는 근력 강화를 위해 바벨을 무릎까지 들어올리는데드리프트(dead lift)에서 무려 240㎏을 기록하는 괴력의 소유자. 역도와 레슬링 선수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술 훈련에 앞서 간단한 체조로 몸풀기를 시작한 최민호는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힘들었지만 요즘은 편안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한다"며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오전 6시 태릉선수촌 인근 불암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훈련을 시작하는 최민호는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림픽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요즘에는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몸풀기가 끝난 최민호는 본격적인 기술 훈련에 들어갔다.
상대 파트너의 상의를 붙잡고 20m가량의 매트 위를 빠르게 왕복하며 주특기인 업어치기 훈련을 하자 그의 이마는 금세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20여분간 이어지는 특기 기술 훈련만으로도 진이 빠진 모습이다.
이어지는 굳히기 훈련에서 최민호는 자신보다 두 체급이나 높은 파트너를 엎드리게 한 뒤 뒤에서 팔과 다리를 이용해 누르기, 꺾기, 조르기 등 숨가쁘게 공격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된 채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악을 썼고 그 틈을 이용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훔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최민호는 "고향에서는 '용났다'고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권 감독은 "대한체육회에는 금메달 1개를 획득할 것으로 보고했지만 실제 2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 최민호가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승리관에서 2km가량 떨어진 오륜관. 국가대표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수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감격의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시드니올림픽에서는 4위까지 내려앉은 여자 핸드볼은 '정상 등극'을 목표로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4명씩 편을 갈라 코트의 측면만을 이용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지루할 정도의 반복 훈련을 계속했다.
집중력이 떨어져 수비가 뚫리면 어김없이 김갑수 감독의 고함 소리가 선수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수비 도중 선수끼리 몸이 엉켜 시간을 지체하면 김 감독은 "빨리 일어나~"라는 호통이 뒤따랐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김 감독의 다그침은 그치질 않았다.
이번으로 세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허순영(대구시청'29)은 "지금까지 선배들 덕분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제는 팀 리더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앞장서고 싶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올림픽 메달을 향해 비지땀을 쏟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 그들이 흘리는 귀한 땀방울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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